◎‘중고유통’ 영역개척/4개월새 300대 팔아/월 400만원 수입/사업확장 체인점모집「6·25 이후 최대 국난」인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아래에서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 「중고 유통」의 급부상이 대표적인 예다. 민간단체의 「아나바다」운동에서 시작된 중고품 재활용이 「중고 유통」이라는 독자영역으로 자리매기면서 컴퓨터 자동차 가전제품 등 그동안 버려지기만 하던 제품들이 새생명을 얻고 있다.
국내최초의 중고에어컨 프랜차이즈인 SEA의 이순자(李順子·35)대표는 「중고 유통」 분야에서 단연 튀는 인물이다. 그는 전자대리점 판매사원에서 중고에어컨 수리업체 사장으로 변신한지 3개월만에 사업영역을 프랜차이즈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이씨의 책상머리에는 ▲위기는 기회다 ▲품질로 승부한다 ▲그래도 확장한다 ▲시대정신을 생각한다는 다짐이 적혀있다.
■위기는 기회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IMF는 재앙이지만 이씨에겐 기회였다. LG전자 대리점의 잘 나가던 판매사원이던 이씨는 지난해 12월 대리점 사장의 만류도 뿌리치고 사표를 냈다. 「IMF가 시작되면 중고에어컨을 찾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기회의 창」을 보았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던 현금과 은행대출 등으로 1억원을 마련, 사업을 시작했다.
이씨의 예측은 적중했다. 중고에어컨을 구입해 수리한뒤 인건비 수리비 설치비를 포함해 약 40%의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전략이 들어맞았다. 2월 개점한뒤 약 300여대의 에어컨을 팔아 월 4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씨가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씨는 91년까지만해도 대리점에서 장부를 정리하던 경리사원에 불과했다. 그해 암선고를 받고 1년간 항암치료를 받고 다시 직장을 찾았지만, 남자들도 기피하는 판매직이었다. 이씨는 『그때 주저앉았으면 그저 평범한 가정주부로 남았을 것』이라며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성공세일의 제일수칙은 「위기는 기회」라는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중고제품도 품질이 경쟁력이다
IMF 이후 중고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중고품을 팔겠다는 사람도 넘쳐나고 있다.
SEA에서는 「중고품이라도 경쟁력의 원천은 품질」이라며 자신들이 유통시킨 중고에어컨에 대해 1년간 무상보증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단 팔고나면 모른 척하던 기존의 영세업체들과는 정반대의 영업전략이다. 이씨는 『원가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에어컨을 고칠 때도 순정부품만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불황때도 확장한다
SEA는 「멸산흥업(滅産興業·망하는 산업에서도 잘되는 기업은 있다)」이라는 경영의 오랜 원칙을 실현시키고 있다. 축소지향의 분위기속에서 사업을 프랜차이즈까지 넓히고 있다. 5월부터 가맹점 모집을 시작했는데 현재 경기 파주·일산, 은평구, 인천 연수구 등 3곳에 가맹점을 확보했다. 또 에어컨 비수기인 겨울철에는 중고 보일러나 난방기를 구입, 유통시킬 예정이다. (02)7384000<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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