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재벌은 주거래은행에 제출한 구조조정계획서를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겠다』(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 5월15일)『5대재벌도 강제로 구조조정시키겠다』(금감위. 6월4일)
금감위가 4일 삼성 현대등 5대그룹도 강제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고 있다. 재계는 겉으론 말을 아끼면서도 언짢다는 반응이다. 재벌의 부실계열사 퇴출문제는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한데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물론 5대 재벌가운데 부실기업이 있다면 당연히 시장에서 퇴장시켜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애초부터 5대재벌의 구조조정을 자율에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 상위재벌일수록 이미지등을 고려하여 「꼬리(퇴출대상 계열사)」를 자르기보다는 합병등으로 끌어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6대이하의 재벌에게만 팔다리를 자르도록 채찍질하는 것은 상위재벌과 중하위재벌간 경제력격차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재계는 금감위의 입장선회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미(6일)와 제2기 노사정위원회의 출범에 따라 상위그룹의 솔선수범을 촉구하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퇴출기업 발표시기를 당초 8일로 했다가 5일로 앞당기고, 다시 20일로 연기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통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종잡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기업들은 은행이 「부실판정 마감시한」까지 대출을 중단하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이번 연장은 기업들엔 대출기능 마비의 연장이다. 재계는 정책의 혼선을 빚어가며 구조조정을 다그치기 보다는 부실기업부터 교통정리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시장에서 새주인을 찾아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한보 기아 등 부실기업부터 투명한 절차를 거쳐 처리하는 등 정책의 우선순위 조정이 아쉽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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