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투자활동 한국인과 동일 대우/일부 업종 힘겨운 싸움·예속화 우려도「미국인 사업가 폴씨. 주식과 채권투자로 10만달러 가량의 이익을 남긴 그는 동료들과 함께 건설업체의 설립을 준비중이다. 정부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임대아파트를 신축할 계획이다. 현재 그는 투자이익금을 언제든 본국의 자신 계좌로 입금할 수 있다. 국적이 미국이라는 점 빼고는 한국인과 다름없이 투자활동을 하고 있다.」
「인터넷 정보제공업으로 기반을 다진 김모씨. 그는 해외교포들에게 국내 부동산정보를 제공하는 「부동산정보」 체인점을 LA에 세우려 한다. 이익이 생기면 현지 나스닥시장에도 상장해 볼 생각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추진중인 「한미투자협정」 체결이후 상황이다. 이르면 연내 체결될 수 있다는 게 외교통상부의 전망. 이 경우 미국인들은 이르면 올해말부터 국내 사업체 신설, 주식 및 채권투자, 건설공사 입찰, 면허 및 인·허가, 부동산 취득 등 각종 투자활동에 우리 국민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미 기업들은 국내 우량기업을 언제든 인수·합병(M&A)할 수 있고, 민영화 대상 공기업의 인수 등을 놓고 현대 삼성 대우 LG 등 재벌그룹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투자에 따른 이익은 곧바로 미국으로 송금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한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해외교포도 동일한 권리를 누린다. 한국과 미국의 경제국경이 없어지는 셈이다. 동시에 국내기업들은 첨단 경영기법으로 무장한 미국 기업과 버거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고용측면에선 전문기술자 등은 취업기회가 넓어지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직장구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한미투자협정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사이의 상품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 전산업에 걸쳐 무역·투자 자유화를 보장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무역자유화 부문을 뺀 형태다. 실무협상을 통해 세부사항이 결정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추진중인 다자간투자협정(MAI) 내용과 유사하다는 게 외교통상부의 설명이다. 투자에 관한한 내국민과 동일한 대우는 물론 협정외 지역에 비해 불이익을 주지 않는 「최혜국 대우」를 보장한다. 기존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내국민 대우를 해주는 투자보장협정과는 달리 기업설립 전단계부터 내국민 특혜를 부여해주는 것으로, 우리나라가 투자협정 체결을 추진한 것은 미국이 처음이다.
그러나 경쟁력이 취약한 업종의 도태나 예속화, 무제한적인 투자자금 거래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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