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방선거 날이다. 유권자들에게 외면당하다 못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채, 정치하는「그들만의」 잔치처럼 보이던 6·4 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이 선거처럼 유권자들의 관심 밖에 나 있던 선거도 드물다. 일찌감치 투표율이 50% 대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섞인 예측이 나왔다.유권자들이 무관심했던 데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다. 우선 먹고 살기도 힘들게 하는 IMF 체제가 「주범」으로 꼽혔다. 대리만족을 시켜 주던 3김의 무대 뒤로의 퇴장도 한 이유라 했다. 선거를 재미가 있어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는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3년전 지방선거 때 나온 DJ의 「지방등권론」이나 그의 정계복귀 여부를 둘러싼 논란같은 뚜렷한 쟁점이 없었다.
있었다면 각 정당과 후보들간에 오고 간 저질 비방과 인신공격, 흑색선전과 지역주의 공방, 난무한 고소·고발전이었다. 돈 덜드는 선거를 위해 등장한 미디어 선거도 유권자의 외면을 샀다. TV 토론회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아니면 억지 미소를 지으며, 상대 후보의 약점과 치부를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각인 시킬까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며 유권자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 까. 그들은 경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정치하는 사람들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해 온 사람들이다.
그래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아무래도 뽑을 후보가 없다』고 탄식하는 유권자는 괜찮다. 관심이 어느 정도는 있고 그래서 투표소에 갈 가능성도 있기때문이다. 문제는 선거에 아예 관심이 없고, 당연히 투표할 생각이 없다는 유권자이다. 이들은 뽑을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누가 나왔는지도 모르는 유권자이다. 이런 유권자에게 왜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느냐고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동안의 정치가 낳은 불신이, 이번에 후보와 각 정당이 벌인 저질 선거전에 대한 혐오감이, 그렇게 만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당신이 만일 그런 유권자라면 이렇게 간곡히 말해 줄 수밖에 없다. 『기권자가 당선자를 결정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사실상 당선자를 뽑는 것 입니다. 물론 최악의 후보를 뽑을 가능성이 높지만요』 기권자가 많아 투표율이 50% 대에 머문다면, 돈과 고정표·조직표가 많은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어 손쉽게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능력있는 참신한 인물이 뽑힐 가능성이 낮아 짐은 물론이다.
이처럼 원치 않는 결과를 피하자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뽑을 후보가 마땅치 않으면, 안되겠다는 후보를 먼저 골라낸 뒤 차선의 선택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도 찍을 사람이 없으면 소속정당을 보자. 여야는 이번 선거에「정국안정을 위한 정계개편 추진」과 「야당말살과 신권위주의 저지」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니 정계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여당후보를 찍고, 여당이 야당을 말살하려 들 것이라고 생각하면 야당후보를 찍자.
선거를 외면하게 만든 정치풍토와 선거판의 폐습을 개선하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도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뽑혀서는 안될 후보들이 당선되고, 그래서 정치발전이 더뎌지고, 결국 경제회복도 요원해지면 그 책임에서 당신만 벗어날 수는 없다.
내 한 표는 그냥 「1표」가 아니다. 「내 한표」들이 모여 힘을 발휘한다. 집에 배달된 선거공보를 찾아 한번 들여다 보자. 그리고 투표소로 가자. 혼을 내줄 대상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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