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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에서 맛을 찾는 사람들

입력
1998.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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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통신 식도락동호인들 색다른 요리 정보나누고 맛있는 집 순례모임도충남 천안시 생산기술연구소 연구원인 남현우(25)씨는 동료들 사이에서는 「회식 장소 섭외 박사」로 불린다. 남씨에게 물으면 어디가 맛있고 싼 음식점인지 척척 나오기 때문이다. 남씨는 『올초에는 값싼 선술집이, 요즘은 스파게티가 유행』이라는 정보도 꿰고 있다. 남씨가 이런 정보를 얻는 곳은 컴퓨터 통신 천리안의 「식도락 동호회」다.

기호품을 줄이는 IMF시대지만 사이버공간에서 맛을 찾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컴퓨터 통신의 식도락 동호회원들은 꾸준히 느는 추세다. 하이텔 「식도락 동호회」는 가입을 기다리는 예비회원들이 매주 20여명. 이 동호회 시솝 김길범(28·회사원)씨는 『저렴한 가격의 맛있는 음식점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요즘에는 더욱 많아져서』라고 말한다.

컴퓨터 통신의 식도락 동호회는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나우누리 넷츠고 신비로 채널아이등 7곳에 개설돼있다. 회원수는 400∼4,000여명 사이. 가장 먼저 생긴 곳은 93년 만들어진 천리안 「식도락동호회」이며 가장 회원수가 많은 곳은 94년 만들어진 하이텔의 「식도락동호회」로 회원이 4,720여명이다.

식도락 동호회원들은 사이버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점, 요리 정보를 나누고 매달 혹은 1년에 2∼4번정도 얼굴을 마주하는 정기모임을 갖는다. 96년 결성된 유니텔의 「식도락동」은 정기모임과 번개모임이 자주 있는 동호회다. 정기모임은 매달 한번으로 맛있는 음식점을 순례한다. IMF의 영향을 받아 5월 모임은 친지의 식당을 빌려 회원들이 직접 메밀국수와 초밥을 만들어 먹었다. 식도락 동호회 활동의 핵심은 게시판.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하면 이를 본 회원들이 갔다와서 소감을 올린다. 아마추어의 요리 아이디어가 꽃피는 곳도 이곳 게시판이다. 집에서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라면도 회원들의 손을 거치면 독특하게 변한다. 인기 아이디어는 조회수가 300∼400회는 쉽게 넘는다. 천리안 「식도락동호회」의 최근 인기 아이디어는 「삼겹살 활용법」이었다. 컴퓨터통신을 해야 하므로 동호회원들의 나이는 20∼30대가 대부분. 가끔 40∼50대의 식도락가들이 눈에 띈다. 유니텔 「식도락동」의 성신제(50·케니로저스 로스터스 대표)씨가 대표적인 원로회원. 조리사나 음식점주인들이 5∼10%정도 있지만 회원 대부분은 맛있는 음식과 요리를 좋아하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이다.

IMF이후 식도락 동호회원들의 관심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값에 크게 상관않고 맛있는 음식점을 찾았던 반면 최근에는 1만원 이하 메뉴를 주로 찾는다. 하이텔 식도락동호회는 3월에 3,000∼5,000원하는 음식점만 소개하는 게시판을 신설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식도락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하다가 아예 직업을 바꾼 사람도 있다. 지난 4월 실직한 유니텔 「식도락동」 회원 이재권(31)씨는 양식조리사 자격시험을 최근 치렀다. 이씨는 『다니던 건설업체가 1월 부도난뒤 진로를 고민하다 취미인 요리를 직업으로 택하자는 결심을 했다』고 말한다.<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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