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덩더꿍’ 소리에 마음의 상처 실어보내요/명사대화·전시회등 매달 문화행사도경기 양주군 장흥면 광명보육원(원장 김영자)에서 사는 김지원(14·의정부여중2)양은 매달 네번째 일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등산가언니를 따라 북한산 산행을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또 김영희(12·송추초등학교6)군은 매주 토요일 사물놀이를 배우는 재미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5∼18세 아이들 30여명이 사는 이 보육원에는 4월부터 전문가들이 안내하는 등산과 사물놀이 프로그램이 생겼기 때문이다.
등산대장은 93년 국내 최초의 여성에베레스트등정에 참여한 산악인 이영순(34·경영컨설턴트)씨. 이씨는 『상처를 많이 받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떻게 대해야 하나 걱정했지만 산이 모든 것을 가르쳐줄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털어놓는다. 서먹해하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6시간 가깝게 북한산을 타니 거리감은 금세 사라졌다. 힘들다고 투정부릴 땐 죽음을 각오하고 에베레스트를 올랐던 경험담도 들려주었다.
장현숙(49·한국크로마하프연구소장)씨가 진행하는 사물놀이교육에는 10여명이 참여해서 신나게 북과 장구를 두드린다.
이 보육원에는 다달이 문화행사도 열린다. 무하(无何)사랑방이라는 40평 남짓한 강당이 있어서 서울에서 개인전을 마친 화가의 작품이 한달 간격으로 바꿔 달리기도 하고 소설가 박완서씨 같은 유명인사가 와서 어린이들과 대화시간을 갖기도 했다. 무하사랑방은 70년대부터 의료지원활동을 해 온 이근후(63)이화여대 신경정신과 교수가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고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일러주는데는 경제적 지원보다도 문화활동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95년 자신의 호를 따 만들었다.
전문가들의 문화활동이 계속되면서 아이들은 정말 달라지고 있다. 『처음 갔을때는 음식도 나눠먹지 않더니 요즘은 서로 챙기는 걸 자주 본다』고 이씨는 들려준다. 외부인이 나타나면 피하기 바빴던 아이들이 요즘은 멀리서도 큰소리로 인사를 한다. 김양은 『동생들과 산에 오르거나 학교친구들을 사랑방 행사에 초대해 자랑스럽게 안내할 땐 부러운게 없어요』라고 말한다. 10년 넘게 보육원을 지켜온 김원장은 『최근 식사자리에서 장애아 원생이 처음으로 음식을 가져다주며 「먼저 드세요」라는 말을 해서 눈물이 핑돌았다』고 고백한다.
이근후 교수는 『부모가 없는 옛날의 고아들과는 달리 부모가 버리는 요즘 보육원생들의 정신적 상실감과 폐쇄적 성격을 치유하는데는 문화활동만한 것이 없다』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문화활동의 장점』이라고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봉사에 눈돌리라고 제안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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