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모더니즘’ 유교로 뚫는다/“합리성을 통해 인간을 통제하는 서양 근대사상의 억압성은/가족과 예의 선비정신을 강조하는 유학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가 최근 300여년간에 걸쳐 창출한 사회의 제도와 구조, 그리고 그것들을 떠받치고 있는 철학적, 사상적 기반의 시원과 논리에 대한 통렬한 비판입니다. 반면 유교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지적하는 근대사상의 단점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철학적, 사상적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연세대 정외과 함재봉(40) 교수는 「탈근대와 유교한국정치담론의 모색」(나남, 1만2,000원)에서 유교를 토대로 한국사회의 앞날을 이끌 사상·문화적 토대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때 주미대사였던 아버지 고(故) 함병춘 박사를 따라 유학, 존스 홉킨스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서양사상보다 유교를 화두로 삼아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지난 해 5월부터 계간 「전통과 현대」 편집주간을 맡아 유교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비판하는 서양의 근대는 어떤 것입니까.
『근대는 모든 문제를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자신을 완벽하게 제어하며 합리적 계약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합리적 인간을 전제로 합니다. 권위와 관습, 종교, 미신을 거부하지요. 푸코 또는 데리다 식으로 말하면 근대는 이러한 인간을 만들기 위해 학교나 공장, 병원같은 제도를 통해 인간을 하나의 잣대로 통제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사람은 억압하는 체제입니다』
그렇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어떤 대안을 제시합니까.
『포스트모더니즘 자체에는 답이 없습니다. 자유주의 개인주의 합리주의등 근대의 사상적 본질을 총체적으로 비판할 뿐이지요』
우리가 이룩하지도 못한 근대를 벌써 해체하려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닌지.
『그렇다고 서양에서 부정적인 측면까지 드러날대로 드러난 근대를 마냥 붙들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근대의 어두운 면을 제거하고 우리가 가진 좋은 것을 접목하면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안의 원천으로 생각하는 「유교」는 어떤 유교입니까.
『우선 가족주의입니다. 그 다음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소학」등에 나타난 기본예절이지요. 특히 정치적 맥락에서는 선비 또는 군자(사대부)의 정신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들이야말로 정권을 견제하고 지역공동체에서 도덕성을 구현한 계층으로서 시민사회의 문화적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사대부는 물질적 토대를 민중의 희생에서 찾은 계층 아닌가요.
『역사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시민의 이상을 말할 당시 폴리스(도시국가)는 노예제사회였습니다. 그렇다고 시민의 이상이 빛바래지 않듯이 선비(사대부)에게도 긍정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함교수는 『한국적 특수성이 아니라 세계적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얘기해보고 싶습니다』라며 『이 책 출간을 계기로 본격적인 이념·사상논쟁이 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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