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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뉴엘 베른하임 ‘그의 여자’(화제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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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뉴엘 베른하임 ‘그의 여자’(화제의 책)

입력
1998.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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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메디치상 수상작가/현대여성의 ‘괴벽’ 통해 도시인의 고독감 그려프랑스의 권위있는 메디치상을 수상한 여성작가 엠마뉴엘 베른하임(43)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베른하임의 소설세계는 바로 자신처럼 평범하지만, 설명하기 힘든 현대여성의 「괴벽」을 그리고 있다.

남자와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그 남자가 가진 단 한 가지 무엇인가에 집요하게 빠져드는 여자의 기묘한 의식. 당초 드라마작가인 베른하임은 12년간 그 의식을 하나하나 파헤친 100쪽 남짓한 짧은 소설 4편만을 발표한 과작가이지만 작품마다 문단의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이번에 번역된 것은 「그의 여자」와 「금요일 저녁」(작가정신 발행) 두 편이다.

93년 메디치상 수상작인 「그의 여자」의 주인공은 남자의 모든 소지품에서 성적 만족을 얻는 페티시즘의 소유자다.

칵테일을 저었던 노란 막대, 커피에 넣었던 각설탕, 샴페인의 코르크마개에다 콘돔 봉지까지, 남자와 함께 보냈던 시간을 상기시키는 모든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여주인공은 모아들인다.

단편영화의 장면전환 같이 짧고 건조하지만 강렬한 문체로 이야기를 전개하던 작가는 소설의 마지막에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독자를 또 한 번 놀라게 한다. 결국 작가가 보여주는 것은 현대를 사는 도시인의 완전한 고독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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