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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 ‘무거움’을 입혀라/김정란 에세이집 ‘거품 아래로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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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 ‘무거움’을 입혀라/김정란 에세이집 ‘거품 아래로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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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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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권위에 도전 서슬선 글들 모아『나는 스스로를 무장해제할 수가 없어요. 우리 문화와 문학은 「무거움」을 회복해야만 합니다』 시인 김정란(45·상지대 교수)씨가 시론(時論)성격의 글을 모은 에세이집 「거품 아래로 깊이」(생각의나무 발행)를 냈다.

그는 「편안한 정서」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해온 시인이다. 늘 벼슬을 세운 싸움닭같이 기성의 문화적 권위에 도전해왔다. 이번 에세이집은 그 서슬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일반독자들이 『난해하다』며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그의 시와 달리 시사주간지등에 연재돼 열렬한 호응을 받았던 글들이다. 문화계에서 그의 글의 예찬자들도 철학자 김영민(전주 한일신학대 교수), 언론학자 강준만(전북대 교수)씨 등 자기의 목소리로 한국문화에 충격을 주고 있는 인물들이다.

김씨가 우리 문화현실을 보는 안타까움은 「문화관광부」명칭문제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그는 『문화체육부가 체육이라는 명칭을 붙이면서 그 「정치성」을 드러냈다면, 문화와 관광을 붙인 이름은 문화를 푼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장삿속」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화란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안정된 존재감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것」인데 도대체 우리 사회는 정치논리와 상업성에 눌려 이런 기본인식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의 부재(不在)를 「선택」「인간의 길」등을 둘러싼 논쟁과 함께 자신이 번역한 「람세스」열풍의 의미를 명쾌하게 정리하며 폭로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진정한 여성성의 회복에 관한 주장. 『남성의 세계성취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 폐해들을 교정해나가는 「사이」의 패러다임이 지금의 페미니즘에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IMF시대 문화에 대한 시각은 이렇다. 『정신이 썩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차라리 잘 됐다. 이 참에 병의 뿌리까지, 고름의 근거까지 다 뽑아내자』<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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