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중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외환위기 극복과 경제회생의 유일한 희망으로 남아있던 수출마저 급속히 기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산업자원부가 잠정집계한 지난달 수출(통관기준)은 114억3,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2.6%가 줄었다. 이는 지난 1월의 0.3%감소이후 올들어 두번째 마이너스 신장이다.내수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이 곤두박질치면 국내산업의 활력은 그나마 돌파구를 잃는다. 외국인투자가가 보는 한국경제의 신뢰도 따지고 보면 빚을 갚을 수 있는 잠재능력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고 외화획득 능력에 의구심을 갖게되면 신뢰도 실추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앞으로도 수출이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데 있다. 수출신장세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고 수출단가마저 큰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밀어내는 수출물량에 비해 벌어들이는 외화가득은 신통치가 못하다. 외환위기 이후 환율이 자그마치 70%나 평가절하됐는데도 그 이점을 6개월도 살리지 못한채 수출활력이 벌써 사그라 들고있다. 1·4분기에 유지됐던 9.3%의 증가율이 4월에는 6.6%로 위축되고 지난달엔 마이너스란 충격 상황으로 급반전됐다.
안팎으로 수출여건은 악화일로에 있다. 내수침체와 금융경색, 또 이에따른 기업연쇄부도와 원자재 금융애로가 수출산업기반을 약화시키는 가운데 노사불안, 과열지방선거까지 겹쳐 사회분위기마저 어수선했다. 밖으로는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동남아수출시장의 몰락이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일본의 엔 폭락 쇼크까지 덮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수출시장에서조차 일본제품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려나면 우리의 수출은 설땅이 없어진다. 중국의 위안(元)화까지 결국 평가절하 대열에 나설 것이란 불안감도 높아간다.
외자유치도 화급하고 국내산업의 구조조정도 더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그렇다고 수출이 갖는 의미를 과소평가하고 소홀히 해서는 결코 안된다. 적어도 금융이 뒷받침되지 못해 주문을 받아 놓고도 수출을 하지못한다거나 원자재 확보가 어려워 주문을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더이상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는 그동안의 정책실기(失機)에 대한 과오를 반성하는 의미에서도 수출업계에 약속한 40억달러의 무역지원금융부터라도 신속하고 차질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이너스 수출은 우리에게 다시한번 과거의 부진에 대한 실책을 반성하고, 급변하는 대외무역환경을 재점검해 수출체제를 새로이 가다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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