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없이 노래한 ‘4·19세대의 욕심’『현대시는 아마도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부르지 않는 마지막 노래일 것이다. 하지만 이 노래는 듣기에 아름답지도 않고, 들어줄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런데도 자꾸만 노래를 부르겠다니』
시인 김광규(57·한양대 독문과 교수)씨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노래를 부른다. 들어주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 자신 가진 것도 별로 없지만 그는 노래를 부른다. 일곱번째 시집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문학과지성사 발행)은 이처럼 욕심 없이 부른 노래들이기에 오히려 울림이 크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나이를 먹어온 4·19세대이다. 새 시집에 실린 시들은 그 세대의 의식을 짙게 담고 있다. 최근 파탄에 빠진 한국사회가 『어느 의미에서 4·19세대의 마지막 패배』(문학평론가 성민엽)라면 김씨는 그 세대의 고통스런 내면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셈이다. 60년에서 35년이 흐른 95년의 작품 「서른다섯 해」를 보자. 「오늘은 19일 서른다섯번째 나의 생일/아빠보다 크게 자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출근하여 조간신문 훑어보니/강대국의 무역압력은 나날이 거세어지고/유산 때문에 아버지를 죽인 아들은 기소되었답니다/…/아직도 백두대간의 정기와/한민족의 통일과/자유와 민주주의를 부르짖는/열혈지사들이 있습니까/…/피 흘리며 싸워서 얻어야 할 것이/아직도 있다고 믿습니까」
동시대인들도 변했다. 한때는 「변해야 한다고/역사는 결코 반복하지 않는다」고 외치던 4·19세대의 한 사람은 한동안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던 「모르쇠」로 변했다. 「받기는 했지만 돈을/먹지는 않았다고 그는/당당히 증언하기도 했다/현금을 사과상자에 넣어서/…/도대체 큰돈을 받은 적 없이 살아온/우리들만 변함없이 그대로 있지 않은가」(「모르쇠」에서).
세상은 여전히, 오히려 갈수록 더 「역겨운 냄새 풍기는 시름의 도시」이지만 시인은 팔을 꽉 낀 친구들과 세대를 이어가는 사람살이에 그래도 희망을 걸고 있는 것같다.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팔을 꽉 끼고 함께 뭉치면/믿음직한 두 친구/가진 것 하나도 없이 태어났지만/슬기로운 머리와 억센 손으로 힘들여 이룩한 것 많지 않은가/어느새 여기에 와 앉아 있네/우리의 귀여운 딸과 아들」(「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에서).<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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