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핵개발경쟁 없어도 북한 등 사태오판 막게 한반도 신뢰구축 힘써야”최근 파키스탄의 두차례 핵실험은 지난달 11일에 있은 인도의 핵실험에 이어 실시됐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분리 독립한 이래 지금까지 전면전을 포함하여 크고 작은 분쟁을 수도 없이 벌였던 앙숙관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의 핵무기 보유는 「테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통한 전쟁억지를 넘어서 실제로 사용가능한 핵무기의 보유라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핵무기는 사용 여부보다는 보유만으로도 가상 적국의 공격을 억지하는 효과가 있다. 역사상 핵무기가 실제로 사용된 예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외에는 없었다. 물론 일본에 대한 원폭투하가 종전(終戰)을 다소 앞당기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후 각국이 보유한 핵무기의 양과 질은 비약적인 성장을 했음에도 사용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실질적인 전략적 효과를 갖는가에 대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핵무기는 그 대량살상성 때문에 실증없이도 공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런 의미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하고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사태는 단순한 우려를 넘어선다. 그것이 수만㎞나 떨어진 지역의 핵실험에 충격을 받는 까닭이다. 두나라의 핵경쟁은 날로 심화할 것이며, 그동안 핵무기 개발을 시도해온 이스라엘 이라크 리비아등의 공개적인 개발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핵확산 도미노 현상은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의 무력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며, 96년 유엔에서 채택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조차 부실화할 것이다.
핵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처가 있다. NPT나 CTBT 같은 국제레짐(제도)을 확장시킴으로써 모든 나라들을 이 레짐에 속박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이러한 레짐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므로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물론 두 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조처는 미국의 대이라크 핵시설에 대한 공격과 같이 직접적인 군사제재가 있을 수 있으나 이를 일반화하여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마지막으로 각국이 개별적, 또는 유엔을 통해 실시하는 경제·외교적 제재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최빈국의 경제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개발을 하는 이유가 경제제재에 의한 어려움보다 핵개발이 더 큰 안보적 이익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므로 이 제재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우리가 이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양국의 핵무기 경쟁이 동북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하는 우려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번 사태가 당장에 동북아의 핵개발을 촉진시키는 요인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동북아 역시 서남아와 유사하게 긴장이 상존하고 있지만 군사적 분쟁이 자주 벌어지는 지역은 아니다. 무엇보다 4대 강국, 그리고 3대 핵보유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지역이며, 경제적으로는 개발도상지역이기 때문에 강대국들의 입김이 클 수 밖에 없다.
북한의 경우 94년 제네바 합의로 핵연료봉 동결과 KEDO의 경수로 건설사업이 진행중에 있으므로 핵개발을 재개할 당장의 명분이 없다. 다만 체제에 위협이 제기된다고 판단하면 생존차원에서 핵개발을 카드로서 사용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므로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이 사태를 오판하여 핵개발과 같은 무모한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주변 강대국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한편,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듯이 정경분리원칙에 입각하여 남북경협을 활성화시켜 한반도 신뢰구축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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