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도 폭로전만… 유권자 등돌려『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선거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선거가 종착역 까지 이르는 동안 각 당의 선거진영에서 심심찮게 흘러 나온 얘기다. 여야가 이구동성으로 이번 선거에서 달라진 점으로 우선 「선거 실종」을 꼽는 것은 그만큼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단적인 예로 여야 최고지도부가 지원 유세를 다녀도 동원 청중을 제외하면 두자릿수 이상의 청중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무관심은 「IMF 시대」를 반영하는 우울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무대 전면에서 사라진 「3김 시대」를 상징하기도 한다. 역대 선거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3김이 전·현직 대통령으로, 총리서리로 선거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위치에 있게 된 것 자체가 선거문화의 큰 변화인 것이다. 3김이 무대밖으로 걸어 나오면서 선거판의 단골메뉴였던 「색깔시비」 「지역적 바람몰이」등이 함께 사라졌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지난 대선때부터 선거문화의 「꽃」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TV토론등 이른바 미디어 선거에 의문부호가 찍힌 것은 이번 선거의 부정적 측면이다.
선거법 개정으로 유권자와의 직접 접촉기회가 제한되면서 각 후보진영은 미디어 선거에 매달렸고 급기야 과열 현상이 빚어졌다. TV토론등은 저질스러운 폭로와 섬뜩할 정도의 상호비방, 흑색선전으로 채워졌다. 금권·관권 선거에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엷어지면서 흑색비방, 인신공격이 거의 유일한 선거운동인 양 무차별적으로 난무한 것은 이번 선거의 최대 오점으로 꼽힌다. 선관위의 적발 건수로만 보면 2일 현재 406건으로 15대 대선때 26건에 비해 거의 17배에 달한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앞으로의 선거풍토가 흑색선전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반면 여야가 인정하듯 금권·관권 선거의 정도와 빈도가 대폭 줄어든 것은 그래도 희망을 가져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선거에서 판세를 거의 획일적으로 갈라 놓았던 지역정서는 이번 선거에서 이중적인 양상으로 나타났다. 정권교체및 여권의 연합에 따른 지역구도는 더욱 견고해진 측면이 있는 반면 여야 모두 텃밭에서「무소속 반란」또는 「상대후보의 선전」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중성을 반영하고 있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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