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의원이 선거전이 가열된 어느 유세장에서 현직 대통령을 가리켜 「거짓말의 인간문화재」라느니 「공업용 미싱을 갖다 드르륵 드르륵 (입을) 박아야 한다」느니 하는 따위의 지나친 말을 하여 검찰에 고발됐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여러해 전 대구에서 열린 어느 정당연설회에서 나는 「국가원수 모독죄」가 아직도 유효할 것이라고 믿고 한번 그 법에 걸려 당시의 현직 대통령과 한판 승부를 겨루고 싶은 심정으로 아주 심한 말을 한마디 한 적이 있다. 대통령을 가리켜 「너절한 인간」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가원수 모독죄」는 이미 법전에서 삭제되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뿐아니라 그 다음날 신문도 라디오도 TV도 전혀 그 폭언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아 나로서는 허탈감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다.
검찰이 김의원을 잡아넣겠다고 해도 대통령은 말려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옆사람들이 분개해서 김의원을 욕하더라도 『그 사람은 글만 요란하게 쓰는 사람으로 알았는데 말솜씨도 대단해. 공업용 미싱으로 내 입은 막는 한이 있어도 그 사람 입만은 막아선 안되겠어』라고 하며 한바탕 웃었다면 김의원은 얼마나 자기가 한 그 발언을 미안하게 생각할 것이며, 세상은 또 얼마나 더 재미있는 세상이 될 것인가.
김대통령 자신의 명예가 어느 국회의원 한사람의 유세장에서의 폭언으로 훼손될 그런 허약한 명예는 아니라고 믿는다. 김의원에게 쇠고랑을 채우고 그의 의원직을 박탈한다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것인가. 뻔한 노릇이다.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가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한마디도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바치겠다』 말하는 자유가 없으면 아무 자유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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