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의 대표적인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신흥 경제성장권)이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외환·금융 위기와 인도네시아의 정정 불안 등으로 주저앉고 있다. 이들은 1·4분기 경제 실적이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자 당초의 경제성장 목표를 조정하고 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좀체 불안감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성장 마이너스로
■홍콩 아시아의 4용(龍)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혀온 홍콩은 13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홍콩 재무부측은 지난달 29일 1·4분기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이 마이너스 2%를 기록했다며 경기를 진작할 수 있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국인 홍콩이 단순 경기부양책만으로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홍콩은 올해 3.5%의 경제성장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불황의 주범은 역시 아시아 경제위기다. 지난해 7월 아시아권에 밀어닥친 외환·금융위기는 홍콩 경제를 끌어가는 3대 축인 금융과 부동산, 여행산업이 크게 흔들고 나아가 개인소비를 위축시켜 불황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부실채권 눈덩이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30일 올해 1·4분기 GDP 성장이 마이너스 1.8%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올해 목표로 세운 최소 2% 성장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96년 8.6%, 97년에는 7.8%의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85년 1.2% 마이너스 성장이후 13년만에 최대위기를 맞은 말레이시아의 최대문제는 부실채권이다. 아시아 금융위기로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부실 채권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은행의 부실채권은 지난해 말 283억링기트(6.7%)이던 것이 4월말 현재 443억링기트(10.6%)로 급증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말레이시아도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할 지 모른다.
○86년후 첫 임금억제
■싱가포르 싱가포르도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4분기 경제 실적이 홍콩과는 달리 마이너스 성장은 면했으나 당초 성장목표인 4.5%에는 크게 못미쳤다.
싱가포르는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86년이후 처음으로 임금인상 억제라는 초강경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달러 초강세와 엔약세, 인도네시아의 정정불안이 가져다 준 외부적인 악재를 자체 경제력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 전망은 대체로 1.5%∼2.5%에 머무르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도 최근 올 성장목표를 2%대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실업자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추방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업자는 올해 2만명 이상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이진희 기자>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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