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7대 은행 모두 구멍가게 수준/자본금 합해도 홍콩상하이銀의 60%/세계 100위권內 은행설립이 목표초대형 민간은행(슈퍼은행)의 출현으로 은행권 판도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30여개 은행들이 난립했던 「중·소은행시대」가 막을 내리고 1∼3개 대형은행, 이른바 「슈퍼은행」이 금융시장을 이끌어가는 「슈퍼은행시대」가 오고 있다. 정부는 3∼4개 이상의 은행들을 합병시켜 1∼3개 초대형 슈퍼은행을 설립한 다음, 슈퍼은행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이끌어가도록 한다는 금융산업의 새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5·6공화국을 거치며 우후죽순처럼 난립했던 30여개 은행들의 춘추전국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그동안 조흥 상업 한일 제일 서울은행등은 「대형은행」또는 「대형 시중은행」으로 불려왔다. 이들의 자본금(자기자본)은 2조원 안팎, 자산규모는 20조∼30조원대. 「후발은행」으로 불리는 하나 보람 한미은행등의 자본금이 2,000억∼5,000억원대, 자산규모가 3조∼5조원대인데 비해 상대적으로 덩치가 크다는데서 비롯된 명칭이다.
국내 「대형은행」들은 국제무대에선 「구멍가게」수준이다. 미국 은행잡지 「뱅커지(誌)」(97년 7월호)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중 자본금규모가 가장 큰 한일은행(26억달러)이 세계 136위(96년말 기준), 조흥·상업은행은 각각 140위, 168위이다. 당시만해도 원화환율이 달러당 844원대로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순위는 모두 200위밖으로 밀려나 있다. 당시 자본금기준 세계 1위인 영국의 홍콩상하이은행(257억달러)과 비교하면 족탈불급이다. 국내 최대은행인 한일은행이 10분의 1규모에 불과하고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외환 신한등 「7대 은행」을 합해도 147억달러(96년기준)로 홍콩상하이은행의 60%가 채 안된다.
일본의 경우 95년 도쿄은행과 미쓰비시은행이 합병, 자산규모가 6,477억달러(자본금 243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은행을 탄생시켰다. 도쿄미쓰비시은행의 자산규모는 우리 「7대 은행」 자산합계의 2.5배에 달한다. 일본은 모두 17개 은행이 세계 100위안에 들어있다. 국제금융의 중심국인 미국은 체이스맨하탄·씨티·뱅크아메리카은행등 세계 100위권 은행을 19개나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세계 15위 은행인 차이나은행(자기자본 137억달러,자산 2,925억달러)을 비롯, 100위권내 4개 은행이 있으며 대만에는 대만은행(100위), 싱가포르는 DBS은행(74위)등 2개가 있다. 「은행의 나라」 스위스도 지난해 12월 스위스유니언은행(UBS·자본금 157억달러)과 스위스은행(SBC·102억달러)이 합병, 세계 최대급 은행을 탄생시켰다. 세계 11위 교역국인 우리나라의 은행 가운데 세계 100위권내 은행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임에 분명하다.
정부 당국자는 『선진국의 경우 국가를 대표하는 초대형 민간은행를 최소한 하나 정도는 보유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비슷한 규모의 시중은행들이 난립,국가를 대표하는 민간은행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슈퍼은행의 출현은 한국의 금융산업신인도를 끌어올리고 금융시장을 한차원 발전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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