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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도가 변한다는데…/이종구 편집국 국차장(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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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도가 변한다는데…/이종구 편집국 국차장(광화문)

입력
1998.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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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에 콩을 심고 팥밭에 팥을 심으면 무엇이 날까. 6·4 지방선거가 이처럼 싱겁게, 그리고 뻔하게 가고 있다. 콩밭은 호남이고 팥밭은 영남이다. 충청이라는 밭도 있다. 때가되면 아무렇지도 않게 콩과 팥을 수확하듯, 며칠뒤 국민회의와 자민련 한나라당은 각각의 밭에서 당선의 수확을 거둬들일 터이다. 또다시 선거라는 행사를 빌어 수많은 콩과 팥이 나오는 셈이다. 그런데도 누가 선거가 아니랄까 봐 콩밭과 팥밭의 후보들은 저마다 목에 핏대를 세우고 저질 싸움박질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 관심은 다른 곳에 가 있는데도.국민의 관심은 온통 경제에 쏠려있다. 물가는 치솟고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 치고 환율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6월은 수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몰살당하는 달이기도 하다. 너도 나도 언제 직장을 잃을지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국민의 경제체감 지수는 불안과 공포뿐이다.

그럼에도 매우 유감스러운 것은 관심의 유무와 상관없이, 이번 선거결과로 빚어질 정치적 후유증을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가 가만히 있는 국민의 뒤통수를 치는 셈이다. 정치는 때때로 곱하기 제로와 같은 엄청난 역할을 해낸다. 곱하기 제로처럼 황당한 것은 없다. 제아무리 많은 숫자라 하더라도 곱하기 제로를 해보라. 황당하게도 그냥 꽝이다. 그래서 정치는 경제를 한순간에 박살낼 수도 있고, 그 반대로 일으켜 세울수도 있다. 그 본보기가 멀리 있지도 않다. 바로 전의 YS정권이다.

그 정치판도가 크게 변화 할 조짐이다. 변화의 축은 DJ이다. 그렇다면 DJ가 구상하는 정계개편의 밑그림은 무엇일까. 여소야대 타파를 위한 전술적 정계개편일까, 아니면 그것을 뛰어넘는 전략적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을까. 후자쪽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눈앞의 정국운용 보다는 다음 수순을 위한 전략적 개편을 겨냥하고 있는듯 하다. 다음 수순에는 동서화합이 있을 수 있고, 내각제 개헌과 대통령제 지속의 함수관계가 있을 수 있으며, 그리고 정권 재창출의 복선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정계개편의 제1의 도구는 지역구 의원이다. 야당가에서 벌써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선거후 아무래도 당을 옮길 수밖에 없을것 같아…』 힘없는 소리가 의원회관 여기저기서 새 나온다. 때맞춰 정가 곳곳에 「김선홍리스트」「장수홍 리스트」라는 알듯 모를듯한 얘기들이 떠다닌다. 국민들은 모를 것이다. 망한 재벌 기업인의 리스트가 무엇이 대수길래 정치권 인사들이 안절부절 하는가. 그것을 잘 설명해주는 것이 한보사건때의 「정태수 리스트」이다. 그때 수많은 정치인들이 검찰에 불려가는 수모를 겪었고, 일부는 감방신세를 졌다. 국민들은 벌써 『누구였더라…』하며 잊었을 것이다.

정계개편이 시작되면 수많은 의원들이 당을 옮길 것이다. 그들이 왜 당을 바꾸는지 그를 뽑아준 지역 유권자들은 알턱이 없다. 그들은 민주주의가 어떻고 라는등의 명분을 내세우면서도「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처럼 애매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이 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눈치챌 지도 모른다.

원래 정치인들은 가끔 믿기 어려운 언행을 한다. 한가지 사례. 얼마전까지 정당의 주요당직자들이 입을 손으로 가리고 비밀스럽게 귀엣말하는 사진이 가끔 신문에 실리곤 했다. 무슨 중대한 사안에 대해 귀엣말을 하는 것처럼 비쳐졌겠지만 사실 별것 아닌것이 대부분이었다. 제스처를 위해 아무 말이나 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말도 그중의 하나였다. 『오늘 점심에 자장면 먹으러 갈까요』 이건 진짜 실화이다.

정계개편이 시작되면 정말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개편의 방아쇠가 언제 당겨지고, 누가 누가 당을 옮길지 궁금하다. 그보다 DJ의 장대한 구상이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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