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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병·전경이 화재현장 20명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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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병·전경이 화재현장 20명 구했다

입력
1998.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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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내검문소 강무근 상경·이종현 일병/31일새벽 초소인근 섬유공장서 불나자/기숙사 잠든 근로자 피신시켜 참사막아야간 합동검문검색중이던 전경과 헌병이 화재현장에서 근로자 20명의 목숨을 구했다.

31일 오전 2시께 서울 중랑구 신내검문소의 강무근(姜茂根·22·중랑경찰서)상경과 이종현(李鍾賢·21·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일병은 10여m 떨어진 대우실업(주) 섬유공장에서 치솟는 연기를 목격했다. 이들은 119신고 후 초소에 있던 동료들을 불러 급히 현장으로 달려갔다. 평소 공장에서 행사가 있으면 음식을 나눠주던 근로자들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공장건물 한동을 완전히 휘감은 불길은 곧바로 옆 기숙사를 덮칠 기세였다. 이들은 갖고 온 간이소화기 3대로 불길을 막으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다급해진 강상경 등은 기숙사 문을 두드렸지만 격무로 곯아떨어진 근로자들은 깰 기색이 없었다.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는 위기감과 함께 어떻게든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이들은 결국 기숙사 창문을 깨고 언제 불길이 번질지 모르는 안으로 뛰어들었다. 20명의 남녀근로자들을 모두 깨워 밖으로 피신시키는데 걸린 시간은 화재목격후부터 7분여정도. 근로자 중에는 8명의 외국인 여성도 있었다. 이날 불은 공장건물 3개동중 2개동과 남자기숙사를 전소시키고 여자기숙사 일부를 태워 2억여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으나 이들의 용감한 행동으로 인명피해는 전혀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동대문소방서 망우파출소측은 『새벽 섬유공장에서 불이나 엄청난 피해가 예상됐으나 검문소 근무자들이 신속히 신고한 뒤 근로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켜 참사를 막았다』고 다행스러워 했다. 대우실업 한관식(韓寬植·43)이사도 『젊은이들이 정말 큰 일을 해주었다』며 강상경 등에게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강상경과 이일병은 『평소 한솥밥을 먹으며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며 『당연한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손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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