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업 재조정으론 한계/경제전반 효율화 위해선/과감한 제도개혁 선행돼야”요즈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구조조정」과 「기업구조조정」은 아주 제한된 의미의 구조조정이므로 그 내용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책결정자들 자신이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정책혼선이 일어날 수 있고 일반 국민이 이를 알지 못하면 정부의 정책을 납득하고 따르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의 구조조정(Structural Adjustment)은 경제가 효율화 되어가는 과정을 뜻한다. 금융부문 구조조정은 금융기관들이 경쟁력을 기르는 작업으로서 앞으로 10년 뒤의 한국 금융산업의 모습을 그리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기초로 세계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은행들로 발전되어야 하고 대출을 주로 하는 상업은행들도 여신평가 기능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정책 결정자들이 말하는 금융구조조정은 부실 금융기관들을 처리하는 작업인 「금융기관 재조정(Restructuring of Financial Institutions」만을 뜻할 뿐이다. 이것이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진정한 의미의 금융부문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부실화한 금융기관들은 정부출자, 인수·합병, 폐쇄 등의 방식으로 처리하게 되는데 어떤 방식을 취하든 정부의 돈이 들어간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지만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있는 수준이니 두려워 하지말고 과감히 처리해 나가야 한다. 다만 유의할 점 두가지만 지적하고 싶다.
첫째, 처리 비용을 줄일 수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부실채권을 줄일 수있는 정책을 펴야되는데 여기에는 적절한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경영부실이 심한 은행을 최소한 하나는 폐쇄하여 나머지 은행들에 경각심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번에 정부가 모두를 구제해 주면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을 것이다.
한편 진정한 의미의 기업부문 구조조정은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 산업이 발전되어야 하고 자유로운 사업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에 비해 요즈음 정부가 말하는 기업구조조정은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기업 재정비(Restructuring of Corporations)만을 뜻할 뿐이다. 기업 재정비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는 서로 다른 여러가지 흐름이 보인다.
개혁 성향의 정책결정자들은 사업정리와 해외매각에 초점을 맞춘다. 관치금융에 익숙한 관료들은 기회만 있으면 정부 자금으로 부실 기업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 새로운 형태의 관치금융 성향을 보이고 있는 정책결정자들은 은행대출을 수단으로 기업의 생사를 좌지우지하려 한다.
금융 재정비와는 달리 기업 재정비는 정부가 간여할 일이 아니다. 부실기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기업별로 채권은행들과 주주들, 그리고 노동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일이다. 기업을 인수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인수자도 이 과정에 참여하면 된다. 부도가 난 경우라면 법원의 조정과 판결에 의해 처리하면 될 일이다.
금융기관 재정비와 기업 재정비는 필요한 일이기는 하나 이것만으로는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경제 전반의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활발히 이루어지려면 제도적 개혁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개혁은 정부의 몫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을 보면 이것이 제대로 될 것같지 않다. 국가 부도를 막은 것, 그리고 재정 투입에 의해 금융부문을 회생시킨 것 정도가 현 정부의 공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 덕분에 집권한 정부이니 위기관리만 하다가 가겠다는 것인가.<경제학>경제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