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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감소 장기불황 전조인가/얼마전만해도 ‘눈덩이 재고’걱정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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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감소 장기불황 전조인가/얼마전만해도 ‘눈덩이 재고’걱정했는데

입력
1998.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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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재고증가율 되레 마이너스 6.7%/매출 증가 때문이 아니라 생산위축 탓/이제 수출 감소까지 우려된다재고가 줄어든다. 속도는 급격하다. 줄어드는 재고는 그러나 새로운 걱정을 낳고 있다. 재고감소 추세가 결코 건전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의 부도사태, 급격한 감산, 공장가동률의 최소화 등 생산주체의 심각한 위축에서 비롯된 게 요즘의 재고감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쇼크이후 재고는 눈덩이처럼 불기만 했다. 그래서 각 업계는 저마다 「재고와의 전쟁」을 한바탕 치러야 했다. 이후 몇개월. 전에 비해 재고지수는 낮아졌다. 그러나 낮아진 재고지수는 수출 흑운(黑雲)과 장기불황을 예고하는 또다른 문제로 여겨진다. 쌓여서 골치였던 게 1단계 IMF쇼크였다면 이제 줄어드는 것이 걱정인 2단계 쇼크인 셈이다.

통계청이 최근 밝힌 4월 재고증가율은 90년대 들어 최저치인 마이너스 6.7%. 지난해 4·4분기까지만도 5.3%에 달하던 재고증가율은 올해 1·4분기에는 마이너스 4.7%로 뚝 떨어져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한 올 1·4분기 재고지수는 123.0. (95년 재고량을 100으로 기준해 비교한 수치) 이는 환율 폭등 등 금융대란과 IMF사태로 내수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97년 4·4분기(125.4) 뿐 아니라 지난해 동기(129.4)에 비교해도 회복된 수치다.

업종별 재고량도 눈에 띄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만 해도 적정재고량(15일 매출분 4만∼4만5,000여대)의 3배에 가까운 12만대(자동차공업협회 집계)까지 치솟았던 자동차 재고량은 4월 들어 8만대선으로 많이 줄었다. 3월 대비 재고감소량은 11.1%. 지난 1월 33만9,000여톤에 달했던 철근 재고가 3월 20만9,000여톤으로 줄어드는 등 철강업계도 『엄청난 물류·관리 비용 부담을 주었던 재고가 상당량 줄었다』고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내내 쌓이는 재고로 곤욕을 치렀던 의류업계의 재고 방출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눈코뜰새없이 손이 바쁘던 「땡처리」전문회사들의 손을 놓게 했다.

하지만 「골칫덩어리」가 대폭 줄어든 것에 대해 『속이 시원하다』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절대 재고량이 적정선을 여전히 웃돌고 있는데다 최근의 재고 감소가 정상적인 매출 증가, 생산 확대로 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 파동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상당수의 기업들이 부도가 나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또 살아남은 기업들도 공장가동률을 최소로 낮추고 있다. 특히 의류업계의 재고해소는 무더기 도산의 여파라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KIET) 온기운 동향분석실장은 『통상적으로 재고증가율이 4% 전후이면 경기 저점으로 보는데 최근 우리 기업들의 재고 감소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이례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최근의 재고 감소는 생산현장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암울한 메시지에 불과한 셈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물건을 사는 사람은 없는데 창고는 비어가는 기현상이랄 수 있다. 문제는 수출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제조업체들이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수출에 적신호가 켜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화 상승으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돼도 「팔 물건」이 없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경고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윤종언실장은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업종의 재고 감소가 수개월 뒤 심각한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런 현상이 철강 비철금속 등 기간산업에 집중되고 있다』며 『다른 업종으로의 파급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급격한 재고 감소를 극심한 원자재난 때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2∼3월 사이 원면, 원피, 비철금속 등 수입 원자재를 사용하는 업종에서는 재고가 적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데도 원자재의 높은 수입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른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4월 제조업 평균 공장가동률은 68.3%. 공장 10곳 중 3곳은 아예 기계를 돌리지 않는 실정이다. 제조업체의 잇따른 도산으로 아예 문을 닫은 공장이 많아 생산량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출하량이 전년의 64.6%, 의류 및 모피제품은 75.6%에 불과했다. 이런데다 출혈 할인, 끼워팔기 등 밀어내기식 판매가 이어지니 창고는 비어간다.

출혈 판매라 해도 재고가 줄면 창고비 등 물류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할인판매 등으로 매출을 올리면 창고비, 재고관리비 등 물류비용을 덜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친 밀어내기는 제품 마진을 크게 줄여 기업의 채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자동차 업체 등에서 최근 할인·할부 판매를 중단한 것도 이같은 판단 때문. 결국 최근의 재고 감소가 기업이 수익을 올리는 데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창고만 비우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국내경제실 황인성 박사는 『최근의 재고감소 추세가 전반적으로 재고 부족까지 간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한뒤 『그러나 기업 등 생산주체의 심각한 위축을 반영하고 있어 장기불황의 예고가 아닐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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