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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선 “그래도 아직 재고 많아요”/업종별 재고관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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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선 “그래도 아직 재고 많아요”/업종별 재고관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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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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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급감하면서 기업들마다 「재고=현금」이라는 인식아래 재고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넘쳐나도 고민, 모자라도 골칫덩이인 재고의 적정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수요만큼 만들어내는 주문생산제를 도입하거나 공장가동률을 50% 이하로 낮추는 등 묘안을 짜내고 있다.최근들어 기업마다 감산체제에 들어서면서 재고의 절대량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워낙 수요가 적어 체감 재고부담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게 업계의 현실. 이에 따라 폭탄세일, 경품잔치, 끼워팔기 등을 통한 밀어내기식 판촉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계에서는 제조원가에도 못미치는 적자판매, 팔수록 손해나는 무이자할부판매 등은 채산성 악화로 이어져 결국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판단, 「소량생산-제값받기」운동에 나서고 있다.

◎유통/구색상품 철수·현금 경품 등 비상작전

LG유통은 최근 산하 64개 슈퍼마켓에 「재고는 현금이다. 절반으로 줄이자」라는 포스터를 내걸었다. LG유통은 또 상품 진열매대(곤돌라)의 높이를 종전보다 20cm줄여 160cm로 낮춰 버렸다. 그동안 손길이 닿지않는 매장위에 처박아 놓았던 구색상품들이 아예 발도 못붙이도록 하자는 것.

70개 슈퍼마켓 매장을 운영중인 해태유통은 최근 전체 1만4,000여개 품목중 회전율이 낮은 상품 4,000여개를 구매목록에서 빼버렸다.

판촉을 위한 경품으로 돈을 내건 업체도 등장했다. 애경백화점은 지난달 29일부터 7일까지 15만원어치이상 상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 축구단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할 경우 최고 20만원을 돌려주는 「현금 마케팅」을 실시중이다.

◎자동차/무이자할부 중단 불구 밀어내기 여전

재고를 줄이기 위해 출혈경쟁을 거듭해온 완성차업계는 지난 4월1일부터 무이자할부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현대 대우 기아자동차 등 3사는 무이자할부판매가 계속될 경우 내수급감으로 나빠진 자동차업계의 경영여건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그러나 3사는 대체로 재고가 작년에 비해 줄어들긴 했으나 수요가 급감해 여전히 물량 밀어내기에 고심하고 있다. 50%미만의 낮은 가동률에도 불구, 2만5,000대의 재고를 안고 있는 기아자동차는 6월 한달동안 미니밴 카니발을 대상으로 신차가격의 55%를 2년뒤로 유예해주는 인도금 유예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전차종 구입고객에게 개인휴대통신(PCS)단말기를 사은품으로 증정하고 있다.

◎가전/주문생산 정착에도 ‘덤’주기 등 출혈경쟁

가전업계는 대부분 생산량을 줄이고 주문생산 방식을 정착시켜 재고량은 많지 않은 상태. 그러나 심각한 내수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에서 덤핑판매 등 출혈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모 가전사는 최근 냉장고의 아르헨티나 수출 가격을 25%나 내렸고 또다른 가전사는 칠레시장에서 270∼310ℓ짜리 냉장고를 20% 이상 싸게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물건 하나를 사면 새 물건을 추가로 주는 덤 마케팅도 유행하고 있다. LG전자는 5월21일부터 6월10일까지 25인치 이상 TV 1대를 사는 고객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축구팀이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할 경우 20인치 TV를 한대 더 주기로 했다. 대우는 에어컨을 사는 고객을 대상으로 월드컵 16강 진출시 25인치 TV 한대를 주기로 했다.

◎의류/작년비 30∼40% 감산… 경품행사 병행

부도사태가 속출한 의류업계에서는 생산량 축소로 재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신원그룹은 『작년보다 생산량을 30∼40%가량 줄였다』며 『14일까지 추첨을 통해 고객 365명을 선정, 여름철 콘도 무료이용권을 주는 등 경품행사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남대희 기자>

◎“원자재 재고줄고 완제품 느는 ‘재고 양극화’ 현상심화/매출희생 감수하더라도 불필요한 재고 만들지 않아야”/윤종언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장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재고수준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 재고는 계속 줄어드는데 반해, 제품재고는 적정선 이상으로 쌓여 가고 있는 것이다. 수입이 계속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원자재가 모자라 주문을 받아 놓고도 생산을 못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내수격감과 수출부진으로 가동률과 생산량을 크게 낮추는데도 늘어나는 재고처리에 고심하는 업체들도 많다. 필요한 재고는 부족하고, 없어도 좋을 재고는 남아도는 이중고인 것이다.

수입원자재의 적정재고 확보문제는 외부요인(환율, 국가신용도, 금융시스템 등)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것이므로 기업의 대응방안 역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제품재고의 경우는 시장수요라는 외부요인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적절한 생산계획(사전대응)과 가동률의 조정(사후대응) 등으로 적극 대처할 수 있다.

미국의 메이시백화점은 92년 적자와 매출감소로 파산상태에 이르렀지만 불과 1년만에 흑자로 전환되면서 스스로 회생하였다. 「불필요한 재고는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킨 것이 비결이었다. 매출감소를 감수하면서도 수익성 제고에 초점을 두었던 것이다. 이익격감으로 고전하던 K마트도 94년에 재고를 대폭 줄여 주력업종인 할인점의 덤핑판매를 해소함으로써, 매출은 감소하였지만 이익을 크게 개선하였다. 컴퓨터회사인 컴팩은 전사적 자원관리(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시스템을 구축하여 95∼96년에 재고를 10억달러나 줄였다. 리엔지니어링의 방향을 인건비의 축소에서 재고·구매·물류로 전환한 결과였다. 미국의 통신업테인 나이세스는 구매전담팀을 발족시켜 전사적인 재고관리를 추진함으로써 자재구입비 등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과다한 재고는 보관·유지를 위한 부담을 가중신키고 할인·덤핑 등 비정상적인 판매를 초래함으로써 기업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시장질서의 왜곡을 자초하게 된다. 구조조정의 파도에 휩쓸려 있는 우리 기업들은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경영의 기본을 생각할 여유 조차 없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이야 말로 매출을 희생하더라도 이익과 현금 흐름의 창출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나이세스사 처럼 사내에 전담팀을 만들어 비효율의 실상부터 정확히 파악한 후, 장기적으로는 구매­인사­샌산­물류­금융­재고를 통합관리하는 ERP 등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필요한 만큼 구매하고, 팔리는 만큼 생산하는 것이 경영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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