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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는 ‘세상읽기’/이광일 문화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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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는 ‘세상읽기’/이광일 문화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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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도 이런 행사는 못 봤습니다. 한국인들은 참 책을 많이 읽더군요. 특히 옛날 한국책들은 정말 멋집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국립중앙도서관 1층 전시실에서 개막된 「세상을 연 책들과 명사 애장도서 특별전」을 둘러보던 주한프랑스문화원장 클레르 베르제 바숑(46·여)씨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우리나라 성인 10명중 2명은 1년에 단 한 권도 책을 읽지 않고, 성인 1인당 연평균 독서량은 9.7권으로 일본의 절반 수준(한국출판연구소 「97년도 국민독서실태조사」)인데 그는 이렇게 칭찬을 해 주었다.전시회에 출품된 각계인사 36명의 손때 묻은 책들은 독서를 통해 자기 자신을 다듬어온 명사들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회장은 동서양화집 4종을, 이건희 삼성전자회장은 피터 드러커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내놓았다.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전집」을 출품한 차범석 문예진흥원장은 『이 책을 읽으면서 무지했던 역사관과 민족의식에 대한 뉘우침에서 몇번이고 자신을 되돌아 봤다』고 밝혔다. 박권상 한국방송공사 사장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젊은이들에게 권했다. 베르제 바숑씨는 클로드 시몽의 소설 「초대」를 출품했다. 프로야구선수 이승엽(삼성)은 『양귀자의 소설 「천년의 사랑」이 책에 대한 사랑을 심어 주었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해 일반인들을 놀라고 기쁘게 해준 김대중대통령은 『요즘 무슨 책을 읽으시느냐』는 출판계인사의 질문에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은데 시간이 없어 다시 감방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답했다. 독서광으로 소문난 김대통령의 말에는 책을 잡을 시간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심정이 담겨 있었다. 베르제 바숑원장의 「칭찬」이 멋쩍게 들리지 않고 김대통령의 「심정」이 더 많은 국민의 마음이 될 때 비로소 IMF를 이길 수 있는 지적 토대를 갖추게 되지 않을까. 전시회는 5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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