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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사회/프란시스코 카란사(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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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사회/프란시스코 카란사(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8.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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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평소대로 그 안에 먼저 타고 있던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사람은 대답대신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 뜻이 『나는 당신을 모르는데, 왜 인사합니까?』로 보여서 어색했다. 아마 그 때만큼 엘리베이터가 빨리 움직이기를 기다린 적은 없으리라.한국의 도시와 농촌은 서로간에 인사를 하고 지내느냐 안하느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시골에 가면, 나같은 외국인에게도 모두 웃으며 말을 걸고 관심을 보이지만, 도시에서는 한국인들끼리도 인사를 나누고 사는 것 같지 않다. 물론, 다른 나라의 대도시도 농촌보다는 인정이 떨어진다. 그러나, 마주치는 사람끼리는 모르는 사이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사는데, 한국의 대도시에서는 그마저도 없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이웃사람에게 일일이 관심을 기울이며 살 수 없는가 보다. 특히 좁은 땅에 사람이 늘어나다보니 도시 건물들은 자꾸 하늘과 가까워지고 이웃간에는 아파트 두께만한 벽이 쌓아진다. 건물 입구에서 마주치면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보면 된다. 복도에서 마주쳐도 그런대로 해결방법이 있다. 발걸음을 바삐 움직여서 그 자리를 피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실, 관심이 없는 척은 해도, 누가 몇 층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심지어 가족이 몇 명인지도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며 지내는 것인데,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게 되면 어색한 침묵속에서 몇 분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인들은 인사성이 없는가? 전혀 아니다. 학교에 가면 학생들은 머리까지 숙여가면서 스페인어로 내게 인사를 건넨다. 얼마 전에 외국에서 귀국한 한 학생은 외국에서 배운 것이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습관이라면서 자기도 그 습관이 들었다고 했는데, 그 학생이 지금까지 그 습관대로 행동하는지 궁금하다. 인사를 받는 사람이 그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면 어색해져서 더 이상 인사를 안하게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시선을 어디에 둘까를 놓고 고민하지 않게 될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해본다.<한국외대 교수·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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