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파키스탄의 핵클럽 가입으로 미 외교정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즉 냉전종식 이후 단일 슈퍼파워로 자리를 굳힌 미국이 채택한 이른바 「상업 외교(Commercial Diplomacy)」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상업 외교」란 한마디로 미국의 세계 경영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 기업이 외국 시장을 개방시켜 국부를 축적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라는 미국의 이상을 전파하도록 정부가 측면 지원하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상무부내에 국방부 「워룸(War Room)」개념의 전략실이 생겨났다. 대통령의 외국방문시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하는 「세일즈 외교」도 등장했다. 90년초 공화당의 부시행정부 당시 입안됐으며 민주당의 클린턴행정부가 고스란히 이어 받아 발전시켰다. 나라 경제가 잘 된다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었다.
그동안 재미도 많이 봤다. 힘을 바탕으로 한 통상 압력 앞에 세계 곳곳에 높았던 무역장벽은 쉽게 허물어져 나갔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되살아난 미 경제는 이제 8년 연속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아시아, 중남미, 유럽 시장이 휘청거려도 미국내 화두는 여전히 「성장속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이다. 이에 따른 비판도 없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시아 위기 당시 고조된 반미(反美) 감정이다. 「캐피털 임페리얼리즘」(Capital Imperialism·자본제국주의)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그래도 끄떡없던 미국이었다.
하지만 「냉전종식 후 최대사건」이라 할 핵확산 공포에 직면, 미국내 분위기는 일변했다. 29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상업외교」가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이 신문은 핵실험을 한 인도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자 보잉, 골드만 삭스, IBM 등 이지역에 이익을 둔 기업인들이 백악관에 몰려왔다고 예를 들면서 「상업주의에 물든 외교정책의 도가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세계 경찰국가임을 자임해 온 미국이 자신에게 요구되는 윤리규범은 접어둔 채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해 온 자업자득의 결과라는 자성의 소리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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