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6전투기 즉각 인도 ‘당근’/샤리프 “국민의 요구” 거부세계의 경찰국가로 자부하던 미국의 외교력이 의심받고 있다. 지난 2주일동안 온갖 채널을 통해 파키스탄의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애쓴 클린턴 대통령의 노력은 무위로 끝났다.
클린턴은 28일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실시하기 7시간 전에 샤리프 파키스탄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핵실험을 하지 말도록 30분동안 「간청」했다. 그는 이전에도 3번이나 전화를 걸었다.
클린턴은 파키스탄이 이미 대금을 지불했으나 미 의회의 반대로 인도하지 못하고 있는 F16전투기 28대를 즉각 인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당근」으로 통화를 시작했다.
■클린턴:핵실험을 포기하면 미국과 파키스탄의 변화된 관계를 보장하겠다. 핵실험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보다 큰 일들을 함께 할 수 있으며 미국은 파키스탄의 경제를 지원하고 당신이 나라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수단들을 제공할 수 있다.
■샤리프:우리가 인도의 선례를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인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하는데 세계의 다른 국가들은 꼬리를 내리고 있지 않은가. 나는 정말 이 결정(핵실험)을 내리고 싶지 않다. 그러나 국민은 거리에서 핵실험을 강행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고 언론과 야당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 내 입장을 이해해 달라. 이번 일은 이미 내 손에서 떠났다.
■클린턴:만약 당신이 꼭 (핵실험을)해야 한다면 나도 내 갈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인도에 대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당신이 어쩔 수 없다면 나도 마찬가지다.
■샤리프: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도 내 갈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인도의 핵실험을 사전에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클린턴은 설득과 함께 정보력을 총동원, 파키스탄의 행동을 주시해왔다. 인도 핵실험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망신을 당했던 중앙정보국(CIA)은 파키스탄의 경우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정찰위성을 통해 핵실험 준비사실을 포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IA는 『지진계를 통해 포착된 핵실험은 두 개였다』며 『2∼3개의 핵실험을 동시에 했을 수도 있지만 5개의 핵실험을 한 인도에 맞추기 위해 과장 발표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실험 성공은 냉전종식 이후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느라 무시돼 온 안보분야에 대한 미 외교정책의 관심을 되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90년대초부터 미 외교정책의 기조가 된 이른바 「상업외교」가 세계 도처에서 실패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이 신문은 미 기업이 외국 시장을 개방시켜 부를 축적하고 미국의 이상을 전파하는 상업외교는 클린턴 행정부 외교정책의 핵심이었으나 인도, 파키스탄의 핵실험은 안보이슈를 다시 워싱턴의 중앙무대에 등장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워싱턴·뉴욕=신재민·윤석민 특파원>워싱턴·뉴욕=신재민·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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