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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3대 태풍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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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3대 태풍의 눈’

입력
1998.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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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금융위기가 일본 엔화의 발목을 잡으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27일 도쿄와 홍콩 등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시작된 증시 폭락세는 러시아와 유럽대륙을 거쳐 뉴욕의 월스트리트로 이어지면서 지구를 한바퀴 돌았다.

「달러 초강세」와 「엔화 등 아시아 통화의 약세」로 대변되는 세계 금융시장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세계적인 대공황은 가설에 불과한 것인가.

위태위태한 세계 금융시장에 「핵폭탄」급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3가지 변수가 있다. 그것은 일본과 중국 미국이 키를 잡고 있는 ▲달러당 150엔 마지노선의 붕괴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다.

◎日 엔화 150선 붕괴위기/경기부양 등 여파 인플레땐 사태 더악화

2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91년 8월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37엔이 무너지면서 대세로 굳어진 엔화 약세 기조는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 하루에 달러당 1엔 이상 떨어진 직접적인 계기는 일본의 경제붕괴를 막기위해 엔화가 달러당 150엔까지 떨어지더라도 그대로 놔둘 것이라는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의 발언이다.

현재의 달러대 엔환율은 미국의 호황과 일본의 경제침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일본 총리는 최근 16조엔 상당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경기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일본당국의 고민은 엔화를 살리기 위해 경기부양이 필수적이나 경기부양책이 자칫하면 엔화를 더욱 약세로 빠뜨릴 수도 있다는 데 있다.

또 일본 당국이 통화량을 늘려 경기부양에 나서면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면서 엔화는 더욱 떨어진다. 엔화가 연내에 달러당 150엔대가 깨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이런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엔화의 150엔대가 무너지면 아시아 각국의 통화는 치명타를 받게 될 것이다. 중국의 위안화도 더 이상 평가절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나아가 엔화폭락이라는 「부메랑 효과」를 몰고오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은 붕괴의 길로 갈 지 모른다.<도쿄=황영식 특파원>

◎중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수출둔화·실업률 증가로 단행 배제못해

중국경제의 지상과제는 경기 연착륙과 은행을 포함한 부실 국영기업 정리문제다. 첫번째는 2,000만명에 달하는 실업문제와 직결돼 있고, 후자는 주룽지(朱鎔基·총리) 경제팀이 단행하고 있는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

당국에 따르면 현재의 인구증가율을 고려할 때 성장률 마지노선은 최소한 8%선으로 돼있다.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실업에 따른 사회혼란을 막을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 실업률도 수치상으로 나타나지 않는 국유기업의 과잉인력까지 포함하면 20%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 악성채권·채무에 따른 국유기업의 부실화도 이미 한계를 벗어났다. 96년 현재 국유기업의 적자기업 비중은 50%에 달하고, 국유상업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총대출금의 25%로 은행자본금의 2.7배에 육박하고 있다.

이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확실하고 유일한 해법은 수출증대뿐이다. 그러나 동남아 통화가 붕괴되기 시작한 지난해말부터 위안(元)화의 가격경쟁력은 급속히 떨어졌다. 엔화도 평가절하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여파로 중국의 1·4분기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26.9%)보다 15.3% 포인트 떨어진 11.6%(562억달러)에 그쳤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단행되지 않을 수 없으리란 전망은 이처럼 중국이 처한 「사면초가」에 기인한다.

다만 세계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파급효과, 1,20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에 대한 이자부담 증가가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에 대한 반박논리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

◎美 금리인상 가능성/FRB 이자율 고수방침불구 ‘잠재적 뇌관’

미 뉴욕증시의 다우공업지수가 26일 150.71포인트 폭락한데 이어 27일 또다시 하락했음에도 불구, 장내 분위기는 침체되지 않았다. 이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조정 가능성이 한층 멀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때문이다.

FRB는 8년째 호황이 연속되고 있는 미국 시장의 과열조짐을 예의주시해 왔다. 과도한 성장에 따른 인플레 우려시 즉각 금리를 인상해 시장을 진정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플레율이 0.9%대를 기록하는 등 안정성장세가 지속돼 자칫 시장을 죽일 우려가 있는 개입은 일절 삼가해 왔다. 하지만 국내요인보다는 아시아 등 외국에 미칠 파장이 더 큰 이유라는 지적이다. 미국내 금리가 오를 경우 한국, 러시아 등지에 투입된 해외자금이 국내로 집중, 아시아 등 개도국 시장의 위기가 재연될 우려가 큰 때문이다. FRB의 금리인상후 멕시코 페소화 위기가 몰아 닥쳤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FRB는 지난 19일 개최된 공개시장회의에서도 이러한 점을 반영, 현행 이자율을 고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사정 변화에 따라 개입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적당히」 진정된 것은 당분간 금리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뉴욕=윤석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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