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동남은행 합병추진/구조조정 첫 사례 부실銀 자발합병 주목/減資후 유상증자등 걸림돌 극복이 과제경남·동남은행의 합병추진은 금융 구조조정이 시작된 이후 첫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거리다. 특히 두 은행의 합병은 ▲자발적인 합병이라는 점과 ▲부실징후 또는 부실은행간 합병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일단 자발적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발적 합병은 정부가 특정 은행을 다른 은행에 합병시키는 인위적인 강제 합병방식보다 부담이 적은게 사실이다. 따라서 합병은행은 성업공사나 부실채권전담은행(Bad Bank)이 부실채권을 매입해줘 부실을 털어낼 수 있고 정부의 「종자돈(증자참여)」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은행들이 넘어야 할 걸림돌도 많다. 정부의 지원이 공짜는 아니기 때문에 은행측에서 먼저 적지 않은 손실부담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합병 승인을 얻어낼 수 없다. 금감위 관계자는 『자발적 합병이라 해도 경남·동남은행과 같이 모두 부실은행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우엔 합병은행도 손실을 분담해야한다』고 지적한다. 동남은행은 지난해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4.54%로 금감위의 경영개선조치를 받은 상태다. 경남은행은 BIS비율이 12.27%로 높았지만 무수익여신이 3월말현재 5,469억원에 달해 동남은행(3,717억원)보다도 많고 무수익여신비율도 10.2%로 동남은행(7.3%)보다 높아 두 은행중 어느 곳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상태다.
이때문에 두 은행은 정부지원을 받기 원한다면 우선 자본금감축(감자·減資)을 통해 기존 주주들이 스스로 경영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주주들은 감자후 유상증자를 통해 자신들의 주머니에서도 은행 정상화에 필요한 「종자돈」을 내야한다. 금감위는 자발적 합병이라고 무조건 우선지원한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감자, 유상증자등 경영정상화계획을 받아보고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정부가 지원할 명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외환銀-獨코메르츠방크 합작/단순차입 아닌 투자 외자-경영권 맞교환 여신의장 獨측 맡아 대출관행 새바람 예고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외환은행 지분참여성사로 마침내 국경을 허문 「금융빅뱅」은 막이 오르게 됐다.
홍세표(洪世杓) 외환은행장은 28일 코메르츠방크와 2억5,000만달러(3,500억원)의 자본참여계약을 체결키로 공식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코메르츠방크는 29.79%의 지분을 보유, 정부(한국은행)를 제외한 민간최대주주가 됐다.
이번 합자(合資)는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갈망하던 외자유입, 즉 「뉴머니」유치의 첫 성공사례다. 빚이 늘어나는 단순차입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투자란 점에서 외환은행의 코메르츠방크 자본유치는 다른 국내은행들의 대외신용도 제고에 상당히 우호적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외환은행의 현재 주가가 3,000원을 밑도는 상황에서 액면가(5,000원)로 출자를 끌어냈다는 협상력도 매우 돋보인다.
그러나 더 큰 의미는 외국 은행자본이 국내 초대형은행 경영에 참여한다는, 「빅뱅」의 서막이란데 있다. 외환은행은 자본유치조건으로 2명의 상임이사와 2명의 비상임이사 자리를 코메르츠측에 내주기로 했다. 최대주주로서 코메르츠방크는 앞으로 영업전략, 신용조사, 은행장임명까지 가장 큰 목소리를 내게 됐다. 외자와 은행경영권을 「맞교환」한 셈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은행내 최고핵심포스트인 여신위원회 의장을 코메르츠측 인사가 맡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체계적이고 냉정한 심사기법으로 무장된 이들이 여신결정을 주도할 경우 담보위주의 주먹구구식 대출관행엔 일대 전환이 예상되며 상당수 부실거래기업들은 여신중단 및 회수를 통해 도태가 예상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향후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외환은행의 행보. 가장 탄탄한 은행이 된 만큼 인수합병(M&A) 자산양도(P&A) 과정에서 선도은행으로서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성철 기자>이성철>
◎협상 성사되기까지/獨측 40여명 換銀투입 두달간 샅샅이 실사
외환은행과 코메르츠방크간 자본유치협상이 시작된 것은 2월께. 외환은행은 당초 몇몇 미국계 투자은행에 출자의사를 타진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자 합작선을 독일쪽으로 돌렸다. 외환은행 고위관계자는 『미국계 투자은행들은 지분참여후 주가가 오르면 빠져나가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접근했지만 코메르츠는 장기적 경영참여에 관심이 커 협상이 급진전됐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자산실사작업은 매우 까다로웠다. 실사의뢰를 받은 세계적 회계법인인 쿠퍼스 앤드 라이브랜드(C&L)와 코메르츠방크 본점직원등 40여명이 3∼4월 두달 동안 외환은행 본점에 투입돼 자산가치, 거래기업 재무구조, 현금흐름, 수익구조등을 샅샅이 뒤졌다.
합작은 4월30일께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코메르츠방크 이사회가 한국경제와 기업·금융구조조정에 관한 청사진이 불투명하다고 합작승인을 전격 보류, 고비를 맞았다. 한달간의 재협상끝에 5월28일 밤12시 코메르츠측이 합작의향서를 전달해옴에 따라 IMF사태이후 국내은행 최초의 외자유치는 마무리됐다.
◎자본금 세계41위/코메르츠방크 어떤 은행
국제금융가에서 「친한(親韓)계」은행으로 꼽힌다. IMF사태직후 국내금융기관들이 단기외채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만기연장에 가장 협조적이었으며 연초 미국계 투자은행 주도의 외채협상에서 우호적 중재안을 내기도 했다. 외환은행 자회사인 한외종금주주(27.08%)로 외환은행과는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코메르츠방크는 128년 역사의 독일 3대 민간은행중 하나로 자본금 기준 세계 41위권이다. 특히 여신심사분야에 탁월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용등급은 ▲무디스사로부터 장기 Aa2(총19개단계중 세번째), 단기 P1(최고) ▲S&P로부터는 장기 AA―(총22개단계중 네번째), 단기 A1(최고)을 받을 만큼 우량은행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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