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특기자들의 대입 입학전형과 관련해 거액을 주고받은 한국체육대 교수 학부모 고교교사 등 22명이 적발돼 처벌을 받은 사건은 큰 충격을 준다. 국립대학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해마다 반복될 수 있는지, 관행화한 그 비리의 구조가 놀랍기 짝이 없다. 학생선발권을 가진 교수가 받은 돈의 일부를 입학전형 책임자인 보직교수에게 상납한 사실까지 드러나 소문으로 나돌던 분배관행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한 교수는 자기 학과 신규임용 교수에게서 받은 돈의 일부를 전임 총장에게 바친 사실까지 드러났으니 있을 수 있는 모든 학사비리가 다 일어난 셈이다.이 사건을 적발한 서울지검은 특기자 선발권이 해당종목 담당교수와 체육부 감독 등에게 맡겨져 있어 이런 부조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한 조정종목 특기생의 경우가 구조적인 문제점을 말해준다. 도저히 대학에 갈 수 없는 성적이었던 그 학생은 고교 2학년때 가장 허술한 조정종목을 택해 개인강사를 두고 운동을 시작했다. 3학년때 4명이 참가한 전국대회에서 3위입상을 따내자 그의 부모는 강사의 중개로 한체대 교수에게 돈을 주고 아들을 입학시켰다. 이 교수는 3,000만원을 요구했으나 2,000만원으로 낙착됐다니 경매시장의 상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 일부 종목의 경우는 고교팀 감독교사나 코치들이 브로커 역할까지 해주는 실정이라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입학자격 기준인 전국대회 3위권내 입상을 놓고 담합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가령 특정 고교 선수가 3위 이내에 입상하면 감독은 다음 대회 출전을 포기함으로써 입상의 기회를 「공평하게」 나눈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감독과 학부모간에 거래가 있다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런 부정은 개인종목 뿐 아니라 일부 구기종목도 예외가 아니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수사팀은 『일부 사립대학에서는 체육특기자 입학에 억대가 거래된다는 정보도 있다』고 밝혔다. 한체대 교수들과 함께 적발된 모대학 조정부 감독이 4명의 특기입학생 학부모에게서 6,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91년 이래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돼온 비리가 이제야 적발됐다는 사실도 놀랍다. 서울대 치대의 교수임용 비리에 이어 순천대와 경산대 총장이 뇌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고, 외국어대 편입학 부정이 들통나는 등 근래 대학가의 비리가 너무 자주 터진다. 대학에 대한 교육당국의 감독 기능에 문제가 있는것은 아닌지 철저하게 점검해봐야 한다. 교육당국은 예체능 특기자 입학전형 시스템 개선뿐 아니라, 학사행정 전반의 부조리 근절에 명예를 걸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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