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게,관객속으로”를 외치며다시 대학로로. 오태석씨가 돌아왔다. 극단 목화의 전용극장 충돌소극장을 떠난지 6년여만에 그의 작품 「천년의 수인」(6월14일까지)이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 올려졌다. 93년 예술의전당 전관개관기념축제, 94년 오늘의 작가 시리즈, 베세토연극제, 95년 호암아트홀 개관 10주년 기념공연, 97년 세계연극제 공식참가등 그는 초청받아 다니기 바빴고 번듯한 공연장에서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대학로」는 장소만이 아니다. 충돌소극장에 종이박스와 허섭스레기를 잔뜩 쌓아놓고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나」를 올리던, 그 때의 연극정신이다. 「가난하게, 관객 속으로」를 외치며 오씨는 다시 전용극장도 마련한다. 9월부터는 성좌소극장에 둥지를 틀고 고정 공연을 그다운 방법으로 할 생각이다.
『볼거리는 불황이나 경기침체와 상관없다. 연극은 관객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그에겐 확고하다. 『캐스팅은 막이 올라야 완성되죠. 주인공은 말요, 어떤 날은 청바지 입고, 어떤 날은, 그 속비치는 거 뭐지, 응 시스루를 입고 올 수도 있어요. 우리는 주인공 빼고 연습한 거죠』
평소 난해하다고 알려진 오씨의 작품에 비해 「천년의 수인」은 설명이 많고 감상적이다. 병원에서 만난 백범 살해범 안두희와 광주진압군,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오씨의 연극이 어려운 이유는 사건이 아닌 이미지의 흐름을 따르는 데다가 그 이미지들이 오씨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씨의 무대는 재미있고 어렵다. 「천년의 수인」에서 권력을 상징하는 사슴은 십장생의 하나로 부귀·영화를 뜻하고 또 그 뿔이 욕정을 채우는 묘약을 뜻한다. 매번 옷을 갈아입는 군인은 회색분자라는 의미라는데 관객이 알아차리기 힘들다. 오씨는 그래도 『관객이 보는대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라며 여유다.
「천년의 수인」은 역사를 통해 현실을 말한다. 안두희로 대변되는 「이념의 테러」는 북에서 같은 임무를 받았던 비전향장기수와의 만남을 통해 남북전체로 확대되고 30년뒤 광주진압군청년과 의 만남을 통해 현재로 확장된다. 민족 전체를 이념대립의 피해자로 보는 시각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현실에 다가가는 오씨는 아무렇지 않은듯 대범하다. 가을 대학로에서 만나게 될 오태석씨가 반갑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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