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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로 무공해농사 짓는다/김주필 교수 6년연구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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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로 무공해농사 짓는다/김주필 교수 6년연구 결실

입력
1998.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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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500평에 거미농법 실험/살충제 없이 해충 퇴치/쌀수확량도 20% 늘어거미로 무공해농사를 짓는다. 「거미박사」로 널리 알려진 동국대 부설 한국거미연구소 김주필(金胄弼·응용생물학과 교수)소장은 6년간의 연구 끝에 농약을 쓰지 않고 거미로 해충을 퇴치하는 영농법을 개발해냈다.

김소장은 92년부터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논 500평에 살충제를 쓰지 않고 거미를 풀어 농사를 지었다. 해충 퇴치를 하기 위해 벼 한 포기에 필요한 거미는 5∼10마리. 1,000㎡의 논이면 10만마리 이상 필요하다. 이 많은 거미군단이 1년동안 50만마리 이상의 해충을 잡아 먹는다. 벼멸구, 매미충, 메뚜기, 이화명나방, 삼화명나방등의 유충과 어미가 거미들의 먹이이다. 김소장은 『육식곤충인 거미는 벼에 전혀 해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늑대거미, 깡충거미, 게거미는 해충 퇴치력이 뛰어난 3총사. 이 놈들은 거미줄을 치지 않고 벼의 밑동, 줄기, 잎에 도사리고 있다가 침입해온 해충을 먹어치운다. 또 벼의 포기 사이에서는 진노랑거미, 꼬마거미가 거미줄을 쳐놓고 해충들을 기다린다.

거미군단을 진주시키자 쌀수확량도 20% 가량 늘어났다. 해충이 없어져 벼의 생육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첫 해의 수확량은 4가마로 농약을 치던 평년 수확량 5∼6가마에 비해 20% 이상 적었다. 거미농법 도입 3년째인 95년에는 5가마로 예년수준에 이르렀고 지난 해에는 7가마를 수확했다. 쌀의 품질도 뛰어나 밥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창기에는 왜 수확량이 적었을까. 거미군단의 병력이 적었기 때문이다.

거미군단은 한 번 풀어 놓으면 새끼가 늘어나므로 더 이상 영농비가 들지 않는다. 다만 추수한 뒤에 논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볏짚으로 채워 잘 월동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구덩이에서 겨울을 난 거미들은 봄이면 식구가 부쩍 늘어나 해충들을 잡아먹는다. 그러나 논에 볍씨를 직접 뿌리는 직파를 해야 한다는 점과 바이러스에 의한 병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해결과제다.

김소장의 연구결과는 6월에 나오는 환경생물학회지에 소개된다. 김소장은 거미농법 보급을 위해 농림수산부에 「거미류에 의한 환경친화적 유기농법」이라는 제목으로 연구과제를 신청해 놓았다.

거미농법은 외국에서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중국에선 이미 후난(湖南)대 생물연구소가 80년대 중반에 개발, 전국에 보급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도 유기농법의 일환으로 거미농법을 연구중이다. 김소장은 『거미를 해로운 곤충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거미예찬론을 폈다. 그는 앞으로 거미를 이용한 과수 재배법도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선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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