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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100년·서울대교구장 30년맞는 김수환추기경(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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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100년·서울대교구장 30년맞는 김수환추기경(한국인터뷰)

입력
1998.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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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이·정부부터 무언가 내놔야”/종교계도 긴축, 실직자 쉼터 늘릴터/시련에 자포자기 말고 희망갖고 살아야/군사정권 30년동안이 가장 힘든 기간/은퇴후 운전면허따 여행하고 싶어명동성당이 29일로 축성 100주년을 맞는다. 이 날은 김수환(金壽煥·76·스테파노)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이 된지 30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성역이면서 양심의 보호구역이었고 반독재투쟁의 장(場)이었던 명동성당은 한 세기동안 현대사의 모진 풍랑을 헤쳐왔다. 그리고 김추기경은 한국천주교의 수장으로서 깨어 있는 눈, 행동하는 양심으로 정신적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명동성당 축성 100주년과 서울대교구장 착좌 30주년을 맞아 김추기경의 이야기를 듣는다.

­감회가 어떠십니까.

『명동성당은 한 세기동안 우리 겨레가 겪은 형극의 길, 고난의 길을 함께 하면서 사회를 밝히는 등대역할을 해왔습니다. 이제 100주년을 맞아 명동성당이 교회의 상징인 사랑과 봉사를, 또 등대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불을 켜야 할 때 끄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야겠습니다. 착좌 30주년에 관해서는…(허허 웃으며) 특별히 감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대답하자면 많이 부족한 저를 신부, 신자들이 용하게 참아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일, 보람있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문민정부 이전 30년동안 지속된 군사정권시절은 제게도 시련기 였습니다. 수많은 집회나 미사때 어떻게 행동해야 민족과 국가를 위해 도움이 될지 번민의 순간이 많았습니다.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84년 한국교회 전래 200주년 행사때와 89년 세계성체대회때 교황성하를 두 차례 한국에 모셔 미사를 봉헌한 것, 87년 6·10항쟁때 명동성당에 대한 경찰력 투입을 저지하고 학생들을 무사히 귀가시켰던 일입니다』(김추기경은 『경찰력 투입을 통보하러 온 공안관계자에게 「경찰이 들어오면 맨 앞에 내가 있을 것이고, 그 뒤에 신부들, 다음에 수녀들이 있을 것이며 맨 뒤에 학생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경찰투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IMF체제 극복을 위해 노동계와 기업주,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노사정이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나라를 살려야 우리가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구조조정으로 근로자들의 희생이 불가피한 만큼 기업주, 가진 이, 정부가 근로자들이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내놓아야 합니다. 희생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대통령부터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내놓아야 합니다』

­민노총이 27일 시한부 파업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파업을 하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무엇입니까. 파업이유는 이해하지만 대화를 다시 한 번 시도하고 그래도 필요하다면,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단계에서 파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업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합니다. 노조지도부는 어떻게 해야 나라를 구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하며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IMF시대에 교회나 종교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으니까 우리도 우선 긴축해야 할 것입니다. 실업 때문에 고통을 겪는 분들에게 끼니를 대접하고 인생문제를 상담하고 구직을 돕는 일도 중요합니다. 명동성당은 4월에 이런 역할을 하는 「평화의 집」을 개설했는데 지금까지 연인원 3,000여명이 다녀갔습니다. 앞으로 이런 쉼터를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면 북한동포들에게 어떤 선물을 주시겠습니까.

『북한에서 원하는 선물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모든 마음을 줄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북한이 겪는 어려움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지만 앞으로도 이같은 지원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것은 그때 가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95년1월에 밝힌대로 필요하다면, 남북통일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을 방문할 것입니다』(김추기경은 『최근 북한을 다녀온 최창무(崔昌武)주교등의 말을 들으면 북한 방문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주교등이 기분좋게 방문했던 것같지 않다』며 『대북관계는 지혜롭게, 인내심을 갖고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견해는 어떻습니까.

『쉽게 평가하기 어렵지만 「국민의 정부」라는 자신들의 말처럼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보고 싶습니다. 정말 국민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사회의 부정부패는 정치의 부정부패에서 비롯되니까 깨끗한 정치, 돈 안드는 정치풍토를 이루고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감정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마음을 근본적으로 고쳐 먹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지역감정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망국병입니다. 국민 모두가 가정에서부터 말 한 마디라도 조심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합니다. 자기 이익을 위해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은 표로 심판해야 합니다』

­지난 해 5월로 서울대교구장 정년을 넘기셨는데요.

『후임자 결정은 로마교황청에서 하는데…결정해주시겠지요(웃음). 제 기대는 이 달 말이나 내달 초(혹은 중순)까지 새 서울대교구장이 임명되는 것입니다. 그런데「로마는 영원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로마는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은퇴 후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미소지으며)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우선 자유를 만끽하고 싶습니다. 후임자가 취임하면 정말 「해방」되니까 훨훨 날듯이, 시골이든 외국이든 김삿갓처럼 정처없이 떠돌고 싶습니다. 운전면허도 따고 싶습니다. 일찌감치 포기했는데 미국에서 75세에 운전면허를 딴 사람을 2명이나 만났습니다』

­월급은 얼마입니까. 한 달 수입과 용도가 궁금합니다.

『(월급이 얼마인지 몰라 비서실 수녀에게 물어보았다며) 월급이 본봉 65만원에 보너스 400%랍니다. 두 세달에 한 번씩 특별헌금으로 20만∼30만원씩 내기 때문에 월급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밥주고 집까지 주니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월급외 수입으로는 신자들이 미사예물로 주시는 것이 있는데 대부분 공금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조사비 지출은 드물고 성직사회에서 나가는 경조사비는 공금으로 처리됩니다』

­IMF체제 아래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한참동안 심각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글쎄요,(다시 한참동안 생각하다가) 참 힘들군요. 무슨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지…마음으로 아픔을 함께 하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6·25보다 더한 국난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이 위기를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 우리에겐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저력이 있습니다. 지금의 시련에 자포자기하지 말고 밝은 내일을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갑시다』<서사봉 문화과학부 기자>

□김추기경 약력

1922.5 대구 남구 남산동 출생

41.3 서울 동성상업학교 졸

41.4∼44.1 일본 도쿄 조치(上智)대 철학과 수학(2차세계대전으로 학업 중단)

47.9∼51.6 서울가톨릭대 신학부 졸

51.9.15 사제서품(대구교구)

51.9∼53.4 대구대교구 안동천주교회 주임신부

53.4∼55.5 대구대교구장 비서신부

55.6∼56.7 김천 황금동천주교회 주임신부(성의중·고교장 겸임)

56.10∼64.3 독일 뮌스터대 대학원에서 사회학 연구

64.6∼66.5 주간 가톨릭시보 사장

66.5.31 주교 서품, 마산교구장 착좌

68.5.29 서울대교구장 착좌

69.4.28 추기경 서임

70.10∼75.2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1차)

81.5∼87.11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2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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