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개해변 고운 개펄엔 입벌린 동죽조개가 지천/빽빽한 숲길 국사봉 오르면 맑은날엔 장산곶까지 한눈에뭍에서 떨어져 얼마나 자유로우면 이름이 춤추는 옷일까.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로 50분을 달려 닿은 무의도(舞衣島).
600여명이 깃들어 사는 288만평 섬마을에는 바다도 있고 산도 있다. 섬의 허리뼈인 호룡곡산(虎龍谷山·246m)과 국사봉(國師峰·230m) 덕분이다. 뭍에 있었다면 동네 뒷동산 정도겠지만 섬에 있다보니 산 위에서 내려보는 바다 정경은 고산준령이 부럽지 않다.
하루 한 두 차례 여객선이 내리는 곳은 섬 남쪽 샘꾸미선착장. 샘꾸미에서 섬을 관통하는 포장도로를 따라 500여m가면 삼거리다. 왼쪽은 호룡곡산, 오른쪽은 하나개해수욕장 방향이다. 작은 섬이지만 언젠가 격전이 있었던 듯 전설이 거창하다.
호룡곡산에는 호랑이와 용이 싸웠다는 전설이 남아 있고 섬이름도 실은 갑옷입은 장군의 춤추는 모양새같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호룡곡산은 고개 서너개를 시종 오르락내리락 하는 다소 지루한 코스. 1시간반이면 산을 내려와 섬 가운데 개안마을에 닿는다. 여기서 야생동물을 위해 설치한 구름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내쳐 가면 국사봉이다. 왼쪽 길로 1.5㎞ 가면 하나개해수욕장이다.
「하나개」는 섬에서 가장 큰 갯벌이라는 뜻이다. 1㎞ 길이의 하나개 해변은 썰물때면 개펄이 100여m 넓이로 드러난다. 손으로 펄을 5㎝만 파면 흰 속살의 동죽조개가 입을 오무린 채 나타난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제법 큰 비닐 가방이 가득 찬다.
입자 고운 모래가 깔린 갯벌 앞으로는 또 시원한 바다이다. 『해무(海霧)가 끼지 않는 6월 중순 이후에는 멀리 황해도 장산곶까지 보인다』고 주민 김창복(56)씨가 말한다. 서녘을 바라보고 있어 『하나개해변은 낙조가 가장 볼만하다』고 김씨는 일러준다.
해변 왼쪽에는 파도가 만든 기암괴석들이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해식애(海蝕崖)다. 낚싯대를 드리우는대로 펄떡이는 놀래기 우럭 전어가 올라온다.
바다를 굽어보며 등산하는 즐거움을 맛보려면 국사봉을 꼭 올라야 한다. 길이 안 보일 정도로 보리수 후박나무 밤나무 소나무등 숲이 빽빽해 짧은 옷을 입으면 팔뚝과 허벅지에 상처나기 십상이다. 발밑에는 고비 고사리 쑥 취 씀바귀가 지천이다. 산나물을 구별하는 눈썰미가 있으면 환호성을 지를 만하다. 20여분 오르면 시야를 가로막던 숲이 갑자기 확 트인다. 연초록 서해 바다. 등성이를 타는 산행 내내 양편에 바다를 안고 걷는다. 국사봉 정상에 서면 실미도 백령도 대청도 덕적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큰무리포구를 한 눈에 내려다보는 하산길은 마냥 경쾌하다. 1시간20분 걸리는 국사봉 등산길은 어린이 노인들까지 쉽게 다녀올 수 있다.
하루 나들이길로 호룡곡산-하나개해수욕장-국사봉 3군데를 들르면 적당하다. 하나개해변이나 무의도 서북쪽 무인도인 실미도에서 서해 낙조를 보려면 저녁 배로 섬에 가 1박하는 코스도 좋다. 실미도는 썰물이 되면 걸어서 갈 수 있다.
◎가는길·먹을거리·잠자리
인천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에서 무의도행 배가 평일 1회, 주말 2회 출항한다. 50분∼1시간 걸린다. 배삯은 4,550원(성인). 인천국제공항 부지매립으로 뭍이 된 용유도 선착장에서도 하루 2∼4번 무의도행 쾌속선이 뜬다(10분소요). 배삯은 차를 실으면 1만원, 사람만 타면 1,000원이다.
성수기(7,8월)에는 하나개해수욕장의 130개 방갈로에서 숙박할 수 있다. 3∼5평 일반 방갈로는 하루 사용료가 3만선이다. 보일러 샤워 취사시설까지 된 콘도미니엄식 방갈로는 4만∼7만원이다. 비수기에는 방갈로를 개방하지 않으므로 민박을 이용해야 한다. 해변에는 민박이 없고 샘꾸미선착장, 개안마을에서 잘 수 있다. 숙박료는 하루 3만원선이다. 민박 문의는 (032)8863636
조그만 섬이라 식당이나 가게가 많지 않다. 우럭회 꽃게탕을 내는 하나개해변의 바다횟집(0328868666) 섬마을횟집(0328864587) 큰무리선착장의 큰무리활어식당(0328865627)이 가볼만하다. 부고속(027546044) 승우여행사(027208311)가 31일, 6월 6일 하루코스 무의도 여행상품을 내놓 았다. 회비는 3만 4,000원이다.<글 노향란 기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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