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吉林)대학에서 중국 고대 사상사 및 법률사를 강의하는 한 교수의 저서가 최근 번역, 소개돼 화제가 되고있다.「권력장(權力場)」이라는 이름의 책이다. 정치권력의 상호관계를 전자기장 중력장 등 자연계의 기본적인 물리력처럼 접근하는 발상이 우선 재미있다. 말하자면「정치 물리학」인 셈이다.저자는 3,000년 중국역사에 명멸한 군주들의 통치스타일과 그들을 보좌했던 정치사상가들의 치세론을 분석해 통치자의 스타일을 친정(親政)형과 위임(委任)형으로 구분한다. 군주가 사소한 국사까지 직접 챙기는 것이 친정형이고 군주는 큰 틀만 잡되 대부분의 국사는 유능한 인재를 발탁해 맡기고 「무위」(無爲)하는 것이 위임형이다.
저자는 공자와 노자 장자를 비롯해 중국의 정치사상가들이 한결같이 위임형을 이상으로 삼았던 사실을 예시하며 스스로도 위임형 스타일의 통치에 후한 점수를 준다. 친정형의 통치는 결국 권력장내의 권신들을 게으르게 만들며 오로지 권력자의 눈치만 보게 하고 책임을 남에게 미루도록 한다는 것이다. 위임의 통치를 했던 군주들은 성공했고 친정을 택했던 군주들의 실패한 역사도 소개된다.
IMF국난을 헤쳐나가는 리더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어느 스타일일까. 공동정권의 파트너인 자민련에 권한을 나눠주고 있고 상당수의 영입인사를 중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위임형에 가깝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선뜻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많은 부분에서 국정의 구체적 단계에까지 관심을 표시하고 직접 챙기는 김대통령의 스타일을 의식하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권력장」내에서는 개별인자들이 자율성과 개성을 통해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기가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위임형이어야 하는지 친정형이어야 하는지의 기준은 결국 정치권력의 효율성에 관한 문제다. 그리고 어떤 스타일을 택하느냐는 정치지도자의 지혜에 달린 문제일 것 같다. 성공을 꿈꾸는 정치지도자라면 「권력장」을 일독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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