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근성을 조롱하는 쏘가리 지느러미같은 이야기소설가 성석제(38)씨가 90년대 한국문학의 빛나는 개성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글을 좋아하는 많은 독자가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성씨가 그의 독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바로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을, 내가 말하는 것과 같은 어투로 자연스럽게 말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성씨는 결코 근엄한 척하지 않는다. 그는 모를 때는 『에라, 나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한다.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인 흔해빠진 속물같은 말투로,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아주 친한 친구에게 말하듯이 글을 쓴다. 그러나 그는 그 속에 칼을 숨겨놓고 있다. 그것은 기성의 권위에 대한 조롱이다. 그는 명리(名利)를 좇는 겉다르고 속다른 세상의 속물근성을 천연덕스럽게 비판한다. 그의 글이 가진 매력의 비밀은 그 천연덕스러움이다.
그가 최근에 쓴 짧은 글들을 묶은 「쏘가리」(가서원 발행)는 성씨의 글을 읽는 재미를 다시 확인시켜 준다. 제목부터가 웃긴다. 『남들이 책 제목으로 써먹은 「연어」나 「은어」처럼 이름만으로도 어여쁘고 멋있든가, 송어나 향어처럼 사람들이 많이 먹는 것이라든가, 고래처럼 위엄이 있는 것도 아닌 못생기고 성깔만 있는』 쏘가리를 제목으로 한 발상부터가 그렇다. 그러나 그 속에는 성씨의 다른 뜻이 숨어 있다. 『요즘은 쏘가리처럼 지느러미를 좀 세우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고금의 고전에 바탕을 둔 그의 상상력으로 지어낸 콩트보다 짧은 이야기 20여편과 함께, 한국일보 「천자춘추」란등을 통해 자잘한 일상과 세상사를 원고지 대여섯장 분량으로 꼬집은 산문, 그리고 「덤」이라며 그가 읽은 책들에 대해 쓴 서평들을 함께 모았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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