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만으로 한계 힘들고 시일 걸리더라도 사회·경제·의식 함께 개혁”실업자가 매우 빠르게 늘고 있다. 작년까지만도 공식적으로 불과 50만명 선을 헤아리던 실업자가 올들어 2월에는 123만명, 3월에는 137만명을, 4월에는 143만명을 넘었다. 하루에도 자그마치 5,000명에서 1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정든 일자리를 떠나고 있다. 그러나 공식 실업자만이 문제인건 아니다. 오늘날 용역이나 파견, 파트타임, 임시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는 600만명을 돌파했고, 특히 건설업 일용 노동자들은 약 160만 이상이 실직 상태임에도 통계엔 포함되지 않는다. 나아가 일자리를 구하다 좌절, 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수십만의 사람들과 대졸자 수십만명도 통계엔 빠져 있다. 실업자 신세가 되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지만 실업자로 「공인」받기는 「강물을 거슬러 헤엄치기」다. 그래서 이를 모두 합치면 이미 500만 실업자 시대, 고용 위기 시대가 왔다고 본다.
그러면 과연 「고용 위기」에 대한 대안의 실마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우선 확인할 것은 경제란 결국, 「먹고 사는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날마다 열심히 일하러 가는 까닭은 보다 잘 먹고 잘 살아보려는 소박한 「꿈」때문이다. 이때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은 반드시 물질적으로 풍요롭거나 권력을 쥐게되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그것은 차라리 마음 편히 살면서 다른 이들과 더불어 인정을 느끼고, 나아가 일을 통해 삶의 보람을 가질 수 있고, 자연 속에 하나가 되어 건강하게 사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작은 행복」을 느끼면서 사는 것일 터이다. 조금씩이라도 날마다, 이렇게 사고의 전환이 이뤄지면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구체적 개혁 프로그램에 대해 일관성 있게 토론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시급한 개혁 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미리 말하자면, 실업문제는 노동개혁만으론 안되고 노동개혁과 사회개혁, 경제개혁과 의식개혁이 통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비록 오래 걸리고 힘들더라도.
첫째, 고용 위기의 해소는 실업보험이나 일자리 소개와 같은 사후 대책이 아니라 새 일자리를 만들거나 노동시간 단축 같은 사전 대책을 통해 이루어내야 한다. 특히 「하루 4시간」정도로의 과감한 노동시간 단축은 모두가 일자리를 고루 나누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삶의 여유를 되찾아 보다 수준 높은 생활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무엇보다 여유로운 주거생활 환경을 위해 대도시의 분산화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노동시간 단축과 더불어 임금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면, 주택, 육아 및 교육, 의료 제도 등을 바꾸어 임금지출 부분을 더 크게 줄여 「삶의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주거 공개념, 육아 및 교육 공개념, 그리고 의료 공개념을 도입하여 여러 삶의 문제들을 더 이상 개인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그 재원은 방위 예산의 축소, 탈세 포착,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적 직접세 추진, 비자금이나 뇌물등의 생산적 전환, 정부투자 재원의 지혜로운 활용등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더 이상 중앙집권 국가가 아니라 지방자치체를 올바로 개혁하여 방방곡곡에 자율적이고 생태적인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셋째, 일자리 자체의 유지나 확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의 내용」이다. 과연 일의 내용이 사회적 필요충족이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지혜롭게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그에 도움 되는 것이라면 더욱 장려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나씩 척결해야 한다.
넷째,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경제의 「구조조정」도 이뤄져야 한다. 즉 우리 모두의 건강과 인격의 발전, 그리고 공동체나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분야는 계속 살려나가고, 그렇지 못하면 줄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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