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의 문화,문학,젊음을 이야기하다/최영미허위의식이 IMF사태 초래.한국의 30代는 위아래와 단절된 ‘낀세대’.내가 변해야 세상변한다 생각/무라카미 류시집 50만부 팔리는 문화 경탄.日 20代 읽지도 쓰지도 않아 내 작품 한국서 많이 읽혀 의아.현실불만인 사람들이 내 독자최영미(崔泳美·37)와 무라카미 류(村上龍·46). 90년대 한국의 독서시장에서 젊은 독자들을 열광시키며 화제를 일으킨 한국의 시인과 일본의 소설가가 25일 오후 서울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이들의 대담은 일본 NHK방송이 8월 방영을 예정으로 제작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일요스페셜」이 계기가 됐다. NHK방송은 젊은 문화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국 젊은 세대의 의식을 보여주기로 하고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무라카미 류를 선정했다.
최씨는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94년)에서 80년대를 힘겹게 통과한 30대의 의식을 극명하게 보여주며 소위 「최영미 신드롬」을 일으켰던 시인. 그는 최근 4년만에 두번째 시집 「꿈의 페달을 밟고」를 냈다.
무라카미 류는 일본 학생운동이 종언을 고한 뒤인 76년 마약과 황음에 빠진 젊은이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그린 소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아쿠타가와(芥川)상을 받고 화려하게 등단했다. 그는 『일본 근대문학에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내린 작가』로 불리며 영화감독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왔다. 그의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작품과 함께 90년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서도 인기를 모으며 이른바 「투(two) 무라카미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서로의 작품에 대한 소감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대담의 전반은 무라카리 류가, 후반은 최씨가 주로 질문을 던졌다. 무라카미 류는 『당신의 시는 지나치게 시적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낭만적이지도 않은, 문학적으로 아주 훌륭한 작품들이었다』며『나의 데뷔작도 100만부 이상 팔렸지만, 시집이 50만부나 팔린 한국문화가 놀라웠다』고 운을 뗐다.
대화의 소재는 자연스럽게 양국의 젊은 세대로 넘어갔다. 『한국의 30대는 흔히 하는 말로 「낀 세대」이다. 80년대에 청춘을 보낸 그들을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윗세대나 비판의식이 결여된 20대는 기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최영미), 『일본에서는 이미 정치의 계절은 끝났다. 지금의 20대는 (문학작품을) 읽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다. 나는 내 작품이 한국에서 그렇게 많이 읽히는 이유도 정말 의아스럽다』(무라카미 류). 최씨는 무라카미 류의 이 말에 대해 『당신의 소설에서는 젊은이들의 사회에 대한 「잠재된 분노」를 느낄 수 있다. 그 분노가 경쾌하게 표현되고 있는 것이 당신 작품이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이야기는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무라카미 류가 『나는 어떻게 말하면 「아주 잘 팔리는 컬트작가」이다. 현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내 작품의 독자』라고 하자 최씨는 『모든 예술작품은 현실에 대한 불만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IMF사태는 진정한 교양이 없는 지배계급과 비판의식 없는 중산층 모두의 허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80년대를 거쳐온 경험으로 얻어진 것이지만 나는 지금은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각자의 작가적 입장의 확인이었다.
둘은 「표현하는 사람」으로서의 문화인의 역할, 젊은이들이 새로운 바탕에서 일궈나가야 할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의견을 일치했다. 3시간 동안 계속된 대담을 끝내며 무라카미 류는 최씨에게 『당신의 시집을 일본에서 번역하도록 주선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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