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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셀러’가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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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셀러’가 안 나온다

입력
1998.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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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출 감소·출판사 소극적 마케팅에/대형 서점서 주당 300부만 팔리면 1위/100만부 넘는 대히트 당분간 힘들듯「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요즘 출판계에서는 『당분간 밀리언셀러는 없다』는 말이 정설처럼 통하고 있다. 베스트셀러가 돼도 판매부수가 예전처럼 100만부를 넘는 대히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순위 1위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전에는 주당 평균 500부 정도 나가던 것이 최근에는 300부선으로 40%나 떨어졌다. 이 서점 베스트셀러 집계 담당 유지현씨는 『작년의 경우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가 4월부터 10월까지 한 주도 빼놓지 않고 1위를 기록하면서 100만부를 돌파했다』며 『그러나 올 3월 이후는 「맥킨지 보고서」 「하늘이여 땅이여」 「홍어」 「이 땅에 태어나서」가 엎치락 뒤치락하며 1위 다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 종에 집중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예년에는 종합 20위 안에 새로 진출하는 경우가 한 주에 2∼3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6∼7종이 들락날락한다. 인문·사회과학 분야는 주당 50부 이상은 팔려야 10위 안에 진입했으나 지금은 20부만 넘어도 가능하다.

을지서적 베스트셀러 집계 담당 김혜진씨도 『종합순위 30위에 진출하려면 주당 60부는 돼야 했지만 지금은 30부로 떨어졌다』며 『당분간 밀리언셀러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왜 그럴까? 『IMF한파로 문화비지출이 줄면서 도서구입도 전체적으로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또 대형도매상 연쇄부도로 책이 지방서점 곳곳까지 깔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출판사가 도전적인 기획보다 발행종수와 광고등 홍보비를 줄이는 소극적인 자세에 머무는 것도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출판연구소 김재윤 연구부장의 분석이다.

푸른숲 김학원 주간은 『작년의 「아버지」처럼 사회의 흐름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한 밀리언셀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소설 「아버지」를 낸 문이당의 이현미편집장도 『「아버지」가 올해 나왔다면 180만부는 어림도 없었을 것』이라며 『2월15일 발행된 「홍어」가 이제 10만부 정도 나갔다』고 전했다.

반론도 있다. 「소설 토정비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등을 발행, 베스트셀러 제조기로 통하는 해냄출판사 송영석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상황이 어려울 수록 감동을 주는 원고만 있으면 밀리언셀러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1월말에 나온 김진명 소설 「하늘이여 땅이여 1·2」는 벌써 50만부 가까이 나갔습니다. 단 출판사도 광고나 판매등 마케팅에 최선을 다해야지요』

사실 인구 4,500만인 나라에서 밀리언셀러는 어찌보면 「기현상」이다. 출판계의 분석에 따르면 연간 단행본 발행종수를 10이라고 할 때 베스트셀러 1∼2종이 전체매출의 70% 가까이를 차지하고 나머지 8∼9종이 30%를 나눠 먹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러한 출판계의 시장구조는 우리 사회의 지적 불균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문제는 베스트셀러의 매출감소가 다른 부문 양서의 판매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데 있다.<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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