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느 해 보다도 기대했던 칸영화제가 유럽영화의 잔치로 끝났다. 올해 칸영화제에는 한국영화가 처음으로 4편이나 초청되어 세계시장에 우리 영화를 부각시킬 호기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24일 폐막된 이 영화제에서는 유럽영화들이 주요 부문을 휩쓸었고 우리는 참가로 만족해야 할 처지가 됐다.근년 들어 중국 일본 이란등 아시아영화가 주요상을 받았던 사실을 상기해 볼 때, 심사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 영화에 대해 심각한 자기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본선 경쟁부문에는 참여하지 못했으나, 「단편경쟁」부문과 「주목할 만한 시선」 「15인의 감독주간」 「국제비평가주간」등에 젊은 감독들의 작품이 초대되었다. 이 영화들은 견본시에서 팔리며 호평을 받기도 했으나 세계영화의 벽을 넘어 수상하는데는 실패했다.
이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올해 62세인 그리스의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원과 하루」에 돌아갔다. 이 영화는 죽음을 앞둔 노인과 소년이 만나는 하루라는 시간 속에 내재하는 영원의 의미를 시적인 영상에 담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종까지 이 작품과 경쟁한 다른 영화들도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다룬 작가주의적 작품이다.
영화제에서 이런 작품들이 평가받는다는 것은 진지하고도 상상력이 풍부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감독의 깊이있는 해석이 덧붙여져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영화계에는 근년 들어 「접속」 「편지」등과 이번에 출품된 「8월의 크리스마스」 「아름다운 시절」등 작품성과 재미를 갖춘 영화들이 계속 탄생하는 길조가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제 결과는 한국적 정서 위에 보편적 세계관을 추구하는 보다 많은 계층의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들이 참여해야만 우리 영화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미국영화 직배 10년을 맞는 동안 할리우드의 상업영화에 팬들을 뺏기고, 유럽 작가주의 영화의 미학에 눌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에 어린이 시장까지 점유당한 한국영화가 갈 길은 비좁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여러 계층이 의욕적으로 영화산업에 참여하고 창의적인 국제진출방법을 모색하면서 「영상산업의 시대」라는 21세기를 맞아야 한다.
수상은 못했지만 이번에 4편이 초대됐던 사실은 고무적이고 희망적이다. 칸 영화제에서 거둔 수확 중에는 개그맨 심형래씨가 기획중인 공상과학영화 「용가리」가 견본시에서 여러 나라에 팔렸다는 낭보가 있다. 지난해 우리 영화 37편을 수출하여 겨우 230만 달러를 벌어들인데 비해, 그는 제작설명회만으로 300만 달러를 넘는 수출고를 올렸다. 이는 각국의 자국영화 선전장 처럼 돼있는 국제영화제에 우리가 얼마나 과학적인 판매전략으로 접근해야 성공하는가를 말해주는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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