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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짙은 ‘印尼 신새벽’/장인철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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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짙은 ‘印尼 신새벽’/장인철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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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비 내각이 공식 출범했다. 이에 앞서 대학생들의 국회농성은 해산됐다. 학생들은 승리가를 부르며 국회를 떠났다. 소요기간 중 호텔로비를 차지했던 부잣집 아이들은 썰물처럼 사라졌고, 말끔한 비즈니스맨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자카르타의 간선도로에는 교통체증이 다시 시작됐다.인도네시아의 「피플파워」는 과연 승리했는가?

격동의 역사를 뒤로 하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 25일, 자카르타의 아침을 보며 이렇게 자문해 본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작열하는 자카르타의 태양 아래 일상은 그저 무덤덤하게 되풀이될 뿐이다. 젊은 아이들은 버스정류장의 가드레일에 걸터앉아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살길이 막막한 아내는 음료수병을 들고 자동차 사이를 오가며 거리를 떠돈다. 북자카르타 빈민가 젬바탄 바투에 산다는 한 음료수행상 아주머니는 『학생들이 떠들고, 대통령이 바뀌어서 무엇이 달라졌다는 건가. 아니 무엇이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실직한 남편과 아이들을 어떻게 부양해야할 지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라며 고개를 떨궜다.

자카르타의 한 중견 언론인의 말. 『국민의 개혁요구는 정리되지 않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했다. 결국 수하르토 퇴진을 정점으로 하는 엘리트층의 제한적 정치개혁요구는 관철됐다. 그러나 우리는 오히려 일반주민들이 분출했던 「모순구조」에 대한 반발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중 희생된 학생에 대한 추도식이 열린 트리삭티대에서 인도네시아의 시인 W.S. 렌드라는 이렇게 외쳤다. 『…우리가 길거리에 버려진 동안/ 당신들은 당신들의 안락한 하늘 아래 있었다/ 우리가 홍수에 휩쓸릴 때/ 당신들은 유람선을 타고 즐겼다/ 단순히, 우리는 그래서 당신들을 싫어한다…』

자카르타의 「개혁」이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이루어질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분배구조의 지나친 불평등에 대한 민중의 변혁요구는 인도네시아 사회의 근본적 숙제로 여전히 남을 것 같다.<자카르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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