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다른부위 살보다 훨씬 ‘적신호’/복부비만에 반비례하여 심장혈관은 좁아져/동맥경화·뇌졸중·급사 위험/심할땐 운동중단 안정취한후 전문가와 상담 꾸준한 감량을IMF체제 이후 사회 곳곳에서 군살을 빼고 거품을 줄인다며 난리다. 아마 거대하게 부풀려진 몸통을 줄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부작용이 많은가를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사람의 체중도 마찬가지다. 배 둘레가 계속 늘어나는데도 무방비상태로 그냥 두면 언젠가는 우리 몸에 위기가 초래된다. 그 때 가서 뱃살을 뺀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김모(46)씨는 대학시절 운동을 즐겨 근육질 위주의 준수한 체격을 갖고 있었다. 결혼 당시만 해도 178㎝, 80㎏으로 과체중이긴 했지만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하지만 결혼 후부터 체중이 매년 1∼2㎏씩 늘기 시작했다. 사업상 술자리를 자주 갖다보니 기름진 안주에 과음이 일과처럼 돼버렸다. 쌓이는 업무에 피로가 누적돼 시간만 있으면 잠을 자기 일쑤였다.
안되겠다 싶어 운동을 시도해 봤지만 기구를 이용해 허리부분을 털털거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러다 보니 체중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만 갔다. 한 번 나온 배는 꺼질 줄을 모르고 어느덧 임신부가 무색할 정도가 됐다. 이제 옛날로 되돌리기는 불가능해진 것같았다. 자꾸만 살이 찐다는 두려움에 체중을 재보기가 겁나 한동안 체중계에 올라가지도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예전과는 달리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올랐다. 어떤 때는 앞가슴이 터질 듯한 통증으로 숨이 막히기도 했다.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 오랜만에 달아본 체중은 자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무려 108㎏이었다. 배둘레가 110㎝, 엉덩이둘레 108㎝, 몸통비가 1.0이 넘었다(0.95 이상이면 복부비만).
혈압은 170/110㎜Hg으로 당장 약을 써야 하는 고혈압이었다. 지방 단층촬영을 해보니 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이 훨씬 많은 고도비만상태였다. 게다가 혈액 안에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요산수치등이 높아져 있었고 혈관촬영 결과 혈관 두 곳이 정상 지름보다 절반 이상 좁아져 있었다. 그는 당장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고 군살을 빼려 했으나 현재 상태로는 오히려 운동을 금하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판정이 나왔다. 이제 와서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체중과 그로 인한 합병증을 해결하려니 막막하기만 했다. 「조금씩 체중이 불어날 때부터 미리미리 뱃살을 빼고 운동을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김씨의 경우처럼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동맥경화의 위험을 높인다. 뱃살이 늘어날수록 그에 반비례해 심장의 혈관은 좁아지고 과다한 영양공급으로 인해 심장의 혈액순환이 방해받는다.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배에 지방이 많이 축적됐다는 것은 내장지방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장지방이 많으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유발해 복합적으로 동맥경화를 가속시킨다.
동맥경화가 심장혈관에 오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생기고, 뇌혈관에 오면 뇌졸중이 생겨 급사(急死)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뱃살은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적극 치료해야 한다. 엉덩이나 허벅지에 찐 살보다 훨씬 위험한 게 뱃살이다.
하지만 이미 심근경색증이 생긴 비만환자라도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회생을 기약하는 3개년계획이 있듯이 체중감량과 질병치료를 위한 평생계획을 세울 수 있다. 여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는 체중조절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박혜순 울산대의대 교수 서울중앙병원 비만클리닉>박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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