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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없는 외국인 한도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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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없는 외국인 한도철폐

입력
1998.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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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개인 주식 팔아치울 호기 매물 쏟아내/외국인들도 “더 두고보자” 포철주에만 관심주식시장의 최대 호재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던 외국인 투자한도 철폐가 오히려 주가를 폭락시켰다. 한도철폐 첫날인 25일 종합주가지수는 기대와 달리 상승은 커녕 11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증시가 스스로 회복할 기력을 완전히 잃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예상대로 투자한도가 25%에서 30%로 확대된 포항제철의 한도확대분 약 180만주를 모두 사들였다. 장이 시작되기 전 예비주문을 받은 결과 경쟁율이 69.3대 1을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는 포항제철에만 해당됐을 뿐 다른 주식들은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투자한도가 모두 차 있던 종목은 13개였지만 우선주와 직접투자기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포항제철외에는 당장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낮은 상태였다. 포항제철의 주가 역시 기관투자가들과 개인들이 낮은 가격으로 매물을 쏟아내면서 하한가를 기록했다. 또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대형주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면서 종합주가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황호영(黃浩永)LG증권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한도철폐가 국내 투자가들로서는 외국인들에게 보유주식을 팔아치울 수 있는 계기로 받아들여졌다』며 『주식하락폭이 예상보다 큰데 따른 실망매물이 겹치면서 투매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외국인한도철폐로 인해 더이상 외국인선호주의 메리트가 없어졌다는 점이 오히려 종합주가지수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가 50%이던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철폐했을 때에도 외국인 투자유입효과는 크지 않았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호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투자한도를 확대한다 하더라도 외국인들이 당장 돈을 싸들고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포항제철주식을 사들인 외국인들의 자금도 외국에서 새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국내 증시에서 다른 주식을 팔아서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한주동안 주식시장에서 1,34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단순히 계산하면 25일 외국인들이 사들인 포항제철주식 1,0664억원어치는 대부분 이돈에서 나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도확대이후 한달간 최대 1조원이상의 자금유입효과가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아시아 경제의 불안,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는한 외국인들이 쉽게 증시에 뛰어들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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