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선거철이다. 국민들은 시큰둥하건만 후보들은 열이 올랐다. 우리나라에서 선거는 후보 아들들의 수난의 계절인듯 하다. 이번엔 또 누구의 아들이 곤욕을 치르나 몸서리를 치게 된다. 최근 서울시장 후보인 고건씨의 둘째아들은 자신이 신경질환을 겪었음을 고백해야 했다. 선거의 단골메뉴인 병역미필 때문이다.우리는 이미 지난 대선때 후보 아들들이 겪는 수난을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이회창후보의 아들들은 자신들이 현역군인이 될 수 없을만큼 비정상적으로 말랐음을 입증해야 했다.
조순후보의 아들들은 더욱 곤혹스런 입장이었다. 그들은 기자들 앞에 나서 자신들이 제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았거나(장남) 체중미달이었고(2남) 뇌하수체장애를 겪었다(4남)고 고백했다.
신체적 결함을 밝히는 일은 누구에게나 참기 힘든 일이다. 만인 앞에 자신의 아픔을 공개해야 했던 아들들도 그렇지만 아들에게 그같은 고행을 강요해야 했던 아버지들의 심경도 참담했을 것이다. 그같은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명분은 아마도 정치라는 대의일 것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부정(父情)을 넘어설만큼 값진 것인가. 정치인들은 그렇다고 믿는 것 같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서는 내가 당선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이 이를 반증하는게 아닐까.
최근 한국일보 여론독자부로 편지를 보낸 중년의 주부는 본분은 망각한채 정쟁만 일삼는 정치인들에게 더이상 실망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정치인들을 믿지 않습니다. 그들(정치인)에게 애국이란 단어는 그냥 수식어일 뿐입니다. 청렴하지도 않고 열심히 맡은 일도 하지 않으며 순국선열들처럼 「의(義)」도 행하지 않는 그들은 「지도층」이 아니라 「지배층」일 뿐입니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그같은 불신에 실망하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아들의 명예와 자존심마저 정치라는 제단에 바친 이들이라면 한번쯤 그 희생에 답하는 자신의 소명이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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