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약정 없었더라도 돌려주는 것이 상례/파혼 책임자엔 권리 없어무역회사 대리로 근무하다 올해초 정리해고를 당한 하모(31)씨는 요즘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년여간 교제끝에 지난해 말 약혼한 김모(27·여)씨로부터 파혼을 통보받았기 때문. 약혼녀 집안에서 실직한 하씨와 결혼하는 것을 극구 반대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게다가 김씨 가족은 2부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와 시계 등 약혼예물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IMF사태 이후 실직 등 경제적인 이유로 파혼하는 예비 신랑·신부가 늘고 있어 하씨와 같은 경우는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하씨는 김씨측에게 약혼예물을 돌려줘야 할까.
약혼예물의 수수(授受)는 결혼을 하지 않을 경우 해제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유사한 성질의 것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례. 굳이 약혼예물을 주고받을 때 파혼을 하면 서로 반환하기로 약정하지 않았더라도 예물자체의 성격으로 볼 때 그같은 당사자들의 의사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물을 주고 받을 때 서로 돌려주지 않기로 합의하지 않았다면 부당이득을 이유로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예외는 있기 마련. 일방의 잘못으로 파혼을 했다면 잘못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은 자기가 받은 예물은 반환해야 하지만 상대방에게 준 예물에 대해서는 돌려받을 권리가 없다. 또 일단 결혼식을 치른 뒤 이혼한 경우라면 약혼예물은 결혼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서로 돌려줄 의무가 없게 된다.
하씨의 경우 약혼녀 김씨가 파혼의 절대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한 예물을 고스란히 돌려줘야 한다.<이영태 기자>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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