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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뜨거운 ‘李 의원 농성’/김상철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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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뜨거운 ‘李 의원 농성’/김상철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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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신행(李信行) 의원이 중앙당사에서 사흘째 단식농성중이다. 사무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 놓고 정좌하고 있는 것이 마치 권위주의 시절에 흔히 보던 「민주투사」의 모습이다.그러나 이의원을 민주투사라 부르는 사람은 없다. 이의원은 기아그룹 계열의 (주)기산 사장시절 하청업체로부터 공사발주와 관련해 거액의 돈을 받고, 회사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의원이 사장을 맡고 있을때 기산은 부실의 늪에 빠졌다. 부채비율이 92년 289%에서 96년에는 729%로 급증했다. 흑자를 내던 회사가 650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이의원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그는 이처럼 회사가 어려운 때 회사돈을 빼내 사리(私利)를 채운 악덕 기업인일 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의원이 단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찰의 소환요구와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당사를 피난처로 삼아 농성하는 것은 볼썽 사납다. 국민을 대표해서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대응도 그렇다. 당초 이의원은 20일 검찰의 소환요구를 받고 자진출석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교회에 가서 심경을 정리하기까지 했다고 들린다. 그런 이의원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당 지도부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의원 수사가 지방선거를 앞둔 관권선거 음모이며 야당파괴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의원의 혐의가 국회의원직과 관련없는 개인비리이고 기아사태 수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돌출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임시국회까지 소집해 국회의원의 회기중 불체포특권을 활용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정말 낯뜨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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