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엔 확성기 개수만 제한할뿐/정작 소음도·출력 규제는 한줄도 없어요즘 아파트촌, 주택가 주민 가릴 것 없이 해뜨자마자부터 밤늦게까지 귀청을 찢을 듯한 선거운동용 확성기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들은 그렇잖아도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창문도 열지 못해 더욱 짜증스러워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선거법에는 확성기 개수만 제한했을 뿐 소음도나 확성기출력은 규제하지 않아 법 입안자들의 자질마저 의심케 한다. 도대체 선거운동 과정의 소음공해를 규제하기 위한 법에 소음도 측정단위인 ㏈, 확성기 출력단위인 w, ㎾등 단위가 언급돼 있지 않은 것이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우성7차아파트 105동 주민 김모(41)씨는 23일 야근을 마치고 새벽 3시께 귀가했다가 오전 6시에 눈을 떠야 했다. 이틀 전부터 이 시간대면 어김없이 터져나오는 6·4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용 확성기 소음때문이었다. 이 날은 한술 더떠 상대후보의 선거 로고송까지 터져나왔다. 김씨는 『아파트 한 동을 사이에 두고 앞 뒤에서 확성기를 울려대면 옆사람이 말하는 소리도 잘 안들릴 정도』라며 『선거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해 줘야할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주부 정모(30)씨는 『두살배기 아이가 최근 신경과민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씨는 『낮에는 선거운동 방송때문에 시끄러워 도무지 아이를 재울 수가 없다』며 『밤에 자주 놀라고 보채 어른들까지 파김치가 될 정도』라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선거안내실에도 선거소음 규제를 요구하는 민원전화가 하루에 수십통씩 걸려오고 있다. 경기 성남시의 한 시민은 『선거운동용 확성기 소음공해를 피해 투표일까지 이사를 갈까하고 고민할 정도』라며 『아파트단지내 만이라도 확성기 소음공해는 규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선거법상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거리유세)」은 오후 11시∼오전 6시를 제외한 모든 시간대에 도서관 진료소 등 일부장소만 제외하고 무제한 허용돼 있다. 2개 이상의 스피커만 달지 않으면 음향출력도 제한이 없어 후보들 대부분이 야외공연장에서 사용할 1㎾급 고출력 확성기를 사용하고 있다.
현행 소음·진동 규제법에는 시간대에 따라 주거지역은 45∼55㏈의 소음이 발생하면 자치단체장이 확성기 등 소음원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으나 선거운동기간에는 선거법이 우선 적용돼 효력이 없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종선(金宗善) 교수는 『소음도가 80㏈을 넘으면 청신경세포가 파괴돼 이명과 난청, 현기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밖에도 소음은 불면증, 집중력저하, 혈압상승, 소화불량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기초의원 선거운동원 김모(31)씨는 『주민들의 항의를 들을 때도 있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측의 제지를 당하는 경우도 많지만 선거운동 효과면에서 대체수단이 없어 확성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최윤필·손석민 기자>최윤필·손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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