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없는 이들에 사랑을 심으며…/작년 5월 봉사활동계기/퇴직금 털어 쉼터 마련/“무더운 여름 보낼일 걱정”서울 용산구 동자동 11의 16 「나사로의 집」을 운영하는 김흥룡(金興龍·60)목사의 하루는 서울역의 노숙자들을 깨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노숙자들을 깨워 몸을 씻겨주는 그는 귀찮다며 손을 내젓는 노숙자들에게는 1,000원짜리 3장을 쥐어주면서까지 「나사로의 집」에서 목욕을 시켜준다.
김목사가 노숙자들의 몸을 닦아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 89년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방까지 마련해 주었던 한 노숙자를 지난해 3월 우연히 다시 만난게 계기가 됐다. 홀로서기를 했으리라 생각했던 사람이 오히려 더욱 초췌해졌고 걸친 옷도 남루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김목사는 그 순간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 길로 95년 한국은행을 그만두면서 받았던 퇴직금을 털어 서울역앞 주택가 지하방에 12평짜리 노숙자들의 쉼터 「나사로의 집」을 마련했다.
처음에는 이웃들의 반발이 심해 일주일에 한번으로 목욕시간을 제한해야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은 매일 노숙자들이 찾아와도 오히려 거들어 줄 만큼 주민들도 달라졌다.
김목사는 4월초 만난 한 노숙자를 잊지 못한다. 용산에서 만난 박모(43)씨는 사업에 실패하고 열흘전 집을 나온 홈리스였다. 김목사는 가슴에 품은 소주병과 극약을 꺼내 보여준 박씨의 손을 붙잡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고쳐먹은 박씨는 요즘 새로운 사람이 돼 일자리를 찾으려 노력중이다.
김목사는 지난달부터 도장파는 기술을 배우고 있다. 노숙자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줘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또 다른 사업을 시작했다. 1일 나사로의 집 근처의 주택 옥상을 빌려 도서관을 냈다. 노숙자들은 대부분 인간적인 대화를 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책을 통해 대화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기위한 마음에서다. 옥상에 파라솔을 설치,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김목사는 『더운 여름을 날 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숙자를 나사로라고 부르는 김목사는 『앞으로 나사로들을 위해 직장을 구해주고 이들이 하루빨리 가정으로 복귀하도록 계속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김지영 기자>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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