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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시청자 참여’/김철훈 문화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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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시청자 참여’/김철훈 문화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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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급한 나머지 지하철 전동차의 연결통로에 소변을 본 주부」 「수영모에만 신경쓰다 벌거벗은채 수영장에 들어간 여성」 「아내의 얼굴이 요강인 줄 알고 소변을 본 만취남편」 「술에 취해 비키니수영복 차림으로 사진을 찍은 남성」….KBS MBC SBS등 방송3사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편성한 이른바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이 최근 방송한 내용들이다. 개그맨등은 시청자들의 기발한 사연을 모아 우스꽝스럽게 재연해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웃음을 넘어 혐오감과 수치심,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시청자들을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프로그램은 이뿐이 아니다. 쇼·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사회자가 방청객들을 「가지고 놀아야」 유능하고 재치있다고 인정받는 분위기이다. 방송사들은 「관객모독형」 웃음을 유발하는 프로그램을 양산해 「재미」를 보고 있는 인상이다.

비뚤어진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난 것은 지난해 말부터. 특히 IMF체제를 맞아 호화·저질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참여를 통한 시청자의 주권확보」라는 미명으로 속속 등장했다. 경실련 방송모니터회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지상파방송 4개 채널이 편성하고 있는 「시청자 참여형 프로그램」은 모두 39개. 이중 오락성격의 프로그램이 35.9%로 가장 비중이 높고 시청자들의 사연을 드라마로 재연하는 프로그램과 토크쇼가 각각 20.5%이다.

경실련은 이 조사를 바탕으로 22일 「시청자주권, 현위치를 진단한다」는 제목의 세미나를 열어 방송사들의 최근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시청자들의 참여수준이 과거의 박수부대보다는 발전했지만 이제는 방송의 소도구로 전락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시청자 참여와 주권 확립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얄팍한 「상혼」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 세미나의 분명한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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