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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口蹄疫소동/노진환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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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口蹄疫소동/노진환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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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의 에이즈(AIDS)」라 불리는 구제역(口蹄疫·일명 아구창병)은 소 돼지 양 사슴등 발굽이 2개인 가축에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전염병이다. 일단 감염된 가축은 48시간 안에 입과 발굽등에 수포염증이 생기며 치사율이 매우 높다.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아 일단 감염이 확인되면 매장하거나 소각하지 않을 수 없는 무서운 가축 전염병이다.■최근 정부가 북한의 구제역 발생설을 놓고 벌이는 소동은 낯 뜨거운 일이다. 이 무서운 전염병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옮겨져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당국자 입을 통해 전해진 것은 지난 8일이다.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소 1,000마리를 몰고 방북하겠다고 밝혔던 바로 그 시점이다. 이 문제는 13일 국무회의에서 거론되어 14일엔 12개 부처가 대책회의까지 열었다.

■검역 주무부서인 농림부가 소 운반과정에서 구제역이 남쪽으로 전염될 가능성을 제기한데 이어 통일부장관은 20일 한 강연회에서 『구제역을 감안, 소를 싣고간 트럭을 북에 두고 올 경우 트럭의 무상공여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북한과 중국이 이를 강력 부인하면서 일어났다. 중국정부는 주중대사관을 통해 구제역 발생 사실이 없다는 해명을 해왔고 북한은 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이 새빨간 거짓말로 비방하고 있다』며 통일부장관의 교체를 주장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농림부는 22일 『북한에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정부가 공표한 바 없다』고 황급히 발을 뺐다. 이 무슨 망신인가. 첩보위성이 지상의 축구공을 식별하고 자동차의 번호판을 해독한다는 첨단과학시대에 정부부처가 벌이고 있는 구제역 소동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우선 가장 정확해야 할 대북정보가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느냐에 말문이 막힌다. 부정확한 첩보수준의 정보가 부처 단위에서 과장되는 것도 문제다. 우리의 첩보수준과 대북정책 조율과정에 북한이 조소를 보내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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