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악수유세」를 위해 공원에 들어선 한 정당의 서울시장 후보는 그 곳에 있던 장·노년층 시민들로부터 난데없는 야유와 빵조각 세례를 받아야 했다. 『나라를 망친 X들이 무슨 면목으로 유세야. 네X들 때문에 두 아들이 실직당했어』 『시끄럽게 하지 말고 빨리 나가』 이 후보는 『여러분의 심정을 이해한다. 일단 내 말을 좀 들어달라』며 시민들을 진정 시키려 했으나 계속되는 욕설에 5분여만에 머쓱한 표정으로 공원을 떠났다.다음날인 20일 명동에 마련된 다른 정당의 정당연설회장. 간이연단에 오른 중진의원은 『어려운 시기에 귀찮게 해서 죄송하다. 딱 10분만 귀를 귀울여 달라』며 처음부터 읍소조로 행인들의 관심을 구했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거리는 시민들로 넘쳐났지만 정작 연단주위에 발걸음을 멈춘 사람은 2∼3명 뿐이었다. 한 종금사직원은 『원래 정치에 흥미가 없지만 요즘에는 살기가 힘들어져 선거가 아예 남의 나라 얘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아직 초반전이기는 하지만 6·4지방선거의 표심은 정치불신과 IMF한파로 꽁꽁 얼어붙어 있다. 농촌은 농촌대로 이미 농번기에 접어들어 선거판에 시선을 돌릴 겨를이 없다. 그래서 각 당 선거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선거는 사상 유례없는 「냉동선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이번 선거에 부여하는 의미는 거창하기만 하고 후보간 경쟁양상은 날로 과열·혼탁해지고 있다. 이번 선거가 민심을 모으지 못하는 「정치권만의 잔치」로 전락하고 있다면 지나친 예단일까.<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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