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분기 우리경제의 실질 성장률(국내총생산·GDP기준)이 마이너스 3.8%를 기록했다. 제2차 오일쇼크의 충격과 세계적 불황이 밀어닥쳤던 80년(마이너스 7.8%)이래 18년만의 마이너스성장이다. 외환위기이후 이어진 연쇄부도와 대량실업,극심한 고금리와 자금경색등 우리경제가 겪어온 어려움에 비춰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지만 그 추락속도가 너무 빠르다.소비와 투자의 급격한 위축은 우리 경제성장 잠재력의 기반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실질소득 감소에다 고용불안으로 인해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어 민간소비가 10.3%나 감소했다. 96년까지 만해도 성장률을 웃돌던 신장세가 사상 처음 두자릿수의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일반가계가 느꼈던 체감경기의 정도를 지표로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금융과 기업등 경제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간설비투자는 예측불허의 자금시장 불안, 살인적인 고금리와 고환율에 목덜미가 잡혀 40.7%가 줄었다. 기업이 장래에 대비한 투자기반 확충을 엄두도 못내고 있다. 성장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설비투자가 이렇게 격감하고서야 경기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당연하고, 산업의 생산기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미 연초 석달간 제조업생산이 6.4%, 건설업이 7.6%의 마이너스성장으로 경기추락을 선도하고 있다. 그나마 성장을 떠받쳐 준 것은 수출로 물량기준 27.3%가 늘었다. 환율 덕택이라고 하나 그것도 내용을 따져보면 제값을 못받은 실속없는 것으로 지속력이 약하다.
6·4지방선거가 끝나면 경제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다. 은행의 부실채권정리는 또 한차례 격심한 자금경색과 기업도산, 특히 중소기업의 무더기 부도사태를 예고하고 성장의 기력을 더 한층 약화시킬 것이다. 부동산 주가폭락이란 자산디플레까지 가세하면 일본형 복합불황의 장기화로 빠져들 가능성도 크다. 인도네시아사태 진전,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등 외부악재도 잠복해 있다.
IMF체제속에 경제가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데 경기가 좋기를 기대할 수 는 없다. 그러나 성장의 불씨까지 꺼서는 안된다. 우선 경제의 구조개혁을 신속 과감하게 끝내는 한편 그나마 경기의 돌파구인 수출이 금융에 발목을 잡히지 않도록해야 한다. 개혁을 지금처럼 질질끌면 산업의 중장기 성장기반 확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대가만 비싸게 치르게 된다. 수출은 내수불황을 탈출하는 수단으로서 뿐만아니라 외채상환능력의 척도이다. 대외신뢰도 기본적으로 국제수지흑자 잠재력에서 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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